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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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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가고파 꼬부랑길- 옥영숙(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03-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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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가 입었던 옷이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가고 천송이가 먹었던 치맥으로 인해 조류인플루엔자로 울상 짓던 양계농가와 치킨가게 종사자까지 웃게 만들었다고 한다.

    드라마에 등장한 장소는 꼭 가보고 싶은 데이트 장소로 변신했다. 남산타워를 연인들의 명소로 만들고 주인공이 입고 타고 쓰고 먹고 마시는 것 모두 유행으로 만들었다. 여주인공 전지현은 브랜드 가치만 3000억 원, 경제효과로는 몇 조 원이라며 ‘천송이노믹스’란 용어까지 등장시켰다.

    스타 한 명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효과는 단순히 스타 마케팅 차원이 아닌 그 자체로 경제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대구 방천시장 옆에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이 조성돼 있다. 통기타 가수 고(故) 김광석의 이야기를 입혀 명소가 된 곳이다. 김광석의 모습과 노랫말을 그려낸 벽화거리에는 쉴 새 없이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김광석은 다섯 살까지 대구에서 살다 서울로 올라갔다. 초등학교 때 대구 할머니집에서 잠깐 살았다지만, 김광석과 대구의 인연은 이게 전부다. 김광석이 방천시장을 추억하는 노래를 부른 적도 없고 내세울 인연도 없다. 그러나 그를 추모하는 문화산업이 방천시장을 문화의 거리로 만들고 경제효과로 발전시켰다.

    주말이면 이 비좁은 골목에 1000명이 넘게 관광객이 모여들고 거리 복판의 호떡집은 말 그대로 불난 호떡집이 된다. 벽마다 김광석 사진을 붙인 시장통 고깃집에는 밤늦도록 김광석 노래가 메아리친다. 방천시장의 문화 아이콘이 김광석이다.

    부산시 동구 범일동과 초량동 산복도로 ‘초량 이바구길’이 부산의 대표적 명소로 발돋움했다.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판자촌을 만들면서 형성된 동네다. 이 동네를 부산사투리 이바구를 붙여 지난 일 년간 명소로 가꿔 왔다고 한다. 굽이굽이 높다란 계단을 따라 이바구길은 근현대사의 흔적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이한다. 1년 만에 ‘초량 이바구길’을 찾은 이가 10만 명을 넘었고, 외지 탐방객 1인당 7만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동구는 이바구길을 통해 지난 일 년간의 경제파급효과가 20억 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마산의 대표적인 산동네 추산동과 성호동 골목길의 가고파 꼬부랑길. 꼬부랑길 벽화사업은 마산 돝섬 해안도로에서 문신미술관, 부림시장 구간에 벽화를 그리는 도심재생 사업으로, 마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예술의 옷을 입었다.

    그런 가고파 꼬부랑길에는 가고파가 없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봄처녀를 노래하고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마산 바다를 마음껏 노래한 시인 이은상의 가고파는 어디에도 없다.

    마산 상남동에서 태어난 노산 이은상 시인은 ‘가고파’와 더불어 ‘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한데…’의 ‘옛 동산에 올라’와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라는 ‘동무생각’ 역시 노비산을 노래한 것이다. ‘봄의 교향악’에 나오는 푸른 비단을 깔아 놓은 언덕이란 뜻의 청라언덕이 바로 노비산 기슭이다.

    현대인들은 긴장과 욕구 해소를 관광을 통해 얻으려 한다. 가고파는 가고파 꼬부랑길과 더불어 문화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가고파는 가고파 꼬부랑길과 청라언덕을 가고 싶고 오고 싶은 명소로 만들 수 있다. 문화적 가치가 관광객을 통해 이익 창출을 만들어내고 마산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가고파의 애틋한 노랫말은 첫 구절만 불러도 마산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며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그렇게 발이 머무는 곳 가고파이길 빌어본다.

    옥영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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