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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격(格)에 맞게 나서라

  • 기사입력 : 2014-03-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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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계(李成桂)가 왕이 되기 전의 일이다. 산기슭에 토굴을 파고들어 앉아 있는 걸승(乞僧)이 파자(破字)점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들었다.

    파자점이란 글자 그대로 한자(漢字)를 쪼개거나 깨뜨려서 점을 치는 방식이다. 그가 파자점을 보러 가서는 물을 문(問)자를 골랐다.

    그러니 그 걸승은 조용한 어조로 “장차 임금이 될 것이오”라고 한다. 왜 그렇게 해석하느냐는 이성계의 물음에 “오른쪽도 임금 군, 왼쪽도 임금 군이니 필시 군왕의 상(右君左君 必是 君王之相也)”이라는 해석을 했다.

    미심쩍은 이성계는 걸인에게 좋은 옷을 입혀 보내 똑같이 문(問)자를 골라 해석을 듣고 오라고 했다.

    그러니 그 걸승은 걸인에게 “당신은 나와 똑 같은 거지요”라고 한다. “문 앞에 입이 매달려 있으니 필시 걸인의 상(門前縣口 必是 乞人之相也)”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학(儒學)계의 거두로 불리는 금곡(錦谷) 선생은 “마음이 가는 바가 곧 의지(心之所之謂之志)”라고 했다.

    자기의 의지가 얼굴에 나타나므로 평소에 생활을 할 때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음 씀씀이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고, 뜻을 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얼굴빛이 달라지며, 얼굴빛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메시지는 매우 교훈적이다.

    금곡 선생이 말하는 운을 받는 방법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말이 적어야 하고, 둘째는 수식어가 적어야 하며, 셋째, 찰색(察色)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현관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말은 남의 말을 많이 들을 줄 알아야지 자기 말만 길게 늘어놓는다면 알맹이가 없어지고 어지러이 흩어지니 운 또한 모이지가 않게 된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마음 씀씀이를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얼굴빛이 달라질 수 있으니 화장이나 성형으로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찰색이다. 걱정이 있다거나 탐욕이 마음에 들어차 있다면 얼굴의 빛깔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현관에 신발 벗어놓은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평소 마음가짐이나 수신(修身)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신발이 어지럽게 놓여 있으면 기본이 되어 있지 않고 기본이 안 돼 있다는 것은 다가오는 대운(大運)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곡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실화(實話)든 설화(說話)든 이성계에게 왕이 될 것이라 예언한 그 걸승은 관상에 도통한 사람이었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 똑같은 한자를 짚더라도 그 사람의 찰색과 행동거지에 나타난 상을 잃어내어 그럴싸하게 파자점을 봐준 것이리라.

    사람을 보면 똑같이 어울려 놀아도 귀인상을 타고난 사람은 무언가 반듯한 데가 있고, 틀려먹은 사람은 아무리 반듯한 흉내를 내어도 흐트러진 자세는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우리는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격(格)이라는 이름의 그릇이 있다. 그릇이 작은데 많이 담으려고 하면 흘러넘치거나 엎어져 버린다. 큰 그릇에 작게 담겨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번 6·4 지방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을 보면 자신의 그릇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스스로를 돌아봐서 나서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것도 그릇이겠지만 주변 사람은 걱정이 많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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