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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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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기억에 없다고 발뺌하는 블랙박스

블랙박스 진실탐구- “눈 뜨고 있었지만 기억엔 없다” 속좁은 블랙박스의 변명
메모리카드 용량 작으면
영상 덮어쓰는 주기 짧아져

  • 기사입력 : 2014-03-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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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직장인 김수진(33) 씨는 지난달 말 차를 회사 앞 길가에 세워뒀다가 오른쪽 펜더(fender)가 찌그러진 사고를 당했다. 사고 차량이 연락 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예상에 없던 차 수리비를 물게 생긴 억울한 상황이라 동료들의 블랙박스까지 수소문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진작부터 블랙박스를 달지 그랬냐고 입을 모았지만, 모르는 소리였다. 수진 씨의 차에는 이미 전후방을 감시하는 블랙박스가 달려 있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차를 구입하자마자 설치했던 블랙박스가 정작 사고 후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수진 씨가 설치한 블랙박스의 문제는 바로 영상을 기록하는 마이크로SD 메모리카드. 저장 용량이 작아 사고 발생일의 기록 영상이 이미 지워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회사 동료들의 블랙박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진 씨처럼 이미 최근 영상으로 덮어썼거나, 주행 중에만 기록되도록 설정돼 있었다. 전방 감시만 가능한 블랙박스였던 것이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차 안의 목격자이자 변호사를 뒀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진짜 중요한 순간에 먹통이 돼버린 블랙박스 때문에 속 터지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에 대해 알아보자.



    ▲메모리카드 저장 용량·방식 제대로 알자

    수진 씨의 블랙박스는 전방 1280×720, 후방 640×480 해상도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 주행하거나 주차해 놓았을 때 모두 녹화가 되도록 설정돼 있었다. 마이크로SD 메모리카드 용량은 16GB로 상시녹화 시 4시간 정도 기록됐다. 같은 사양 및 설정일 경우 메모리카드 32GB는 8시간, 8GB는 2시간, 4GB는 1시간가량 저장된다. 메모리카드 저장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사고 발생 직후 블랙박스를 확인하지 않았던 게 수진 씨의 불찰이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메모리카드는 저장 방식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 MLC(Multi Level Cell), TLC(Triple Level Cell) 등 3가지로 나뉜다. 각각 1셀당 1비트(bit), 2비트, 3비트씩 저장할 수 있다.

    대부분 마이크로SD 메모리카드는 TLC 방식으로 제작돼 왔다. 1셀당 3비트를 저장하는 TLC 방식은 같은 공간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인데, 그만큼 수명이 짧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큰 단점이다. 메모리카드의 수명이 짧으면 자주 교체해줘야만 한다.

    블랙박스를 상시 가동할 경우 메모리카드의 수명은 TLC 방식 11~45일, MLC 방식 1.5~3년이다. 음악이나 이미지파일을 넣어두고 재생하는 일반적인 메모리카드로 사용할 경우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야 하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일 경우 수명이 긴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구입할 때 저장방식을 똑바로 보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에 저장 방식이 자세하게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입 시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일 경우에는 검색할 때 키워드로 ‘MLC’를 추가하고, 제품 정보란을 꼼꼼하게 살핀다. 오프라인에서도 저장방식을 문의하도록 하자.



    ▲메모리카드 관리는 어떻게 하나

    마이크로SD 메모리카드는 앞서 말한 대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소모품이라 교체 시기에 맞춰 새것으로 바꿔주는 것이 가장 좋은 관리법이다.

    행여 수명이 다하거나 관리 부실로 메모리카드에 문제가 생기면 영상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을 뿐 아니라 블랙박스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의 특성상 완전히 삭제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한 부분에만 반복적으로 기록이 될 수도 있어 저장이 완벽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맨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 ‘포맷’을 정기적으로 해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사용 가능한 기간도 비교적 길어진다. 한 달에 1~2번 정도 하면 된다.

    포맷하는 방법은 비교적 쉽다. SD메모리카드를 어댑터(adaptor)에 꽂은 후 컴퓨터에 연결한다. 만약 어댑터가 없다면, 휴대폰을 활용해도 된다. 휴대폰 뒷면을 열어 ‘microSD’라고 쓰여 있는 곳에 꽂아 컴퓨터와 연결하면 된다. 그런 다음 외부장치로 인식된 메모리카드를 선택해 오른쪽 마우스를 눌러 ‘포맷’을 한다.

    휴대폰을 이용할 때에는 내장 기록물과 구분돼 ‘CARD’라고 표시되니,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자료를 날리고 싶지 않다면 특별히 조심하는 것이 좋다.



    ▲블랙박스 구매 시 주의할 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량은 지난 2010년 25만 대에서 2012년 150만 대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블랙박스를 찾는 사람은 계속 증가 추세다. 블랙박스, 어떻게 하면 저렴하면서도 제 역할을 다하는 제품으로 살 수 있을까. 블랙박스를 살 때에는 저장용량과 방식 외에도 화질, 화각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

    블랙박스 해상도(화질, 화소)는 640×480(VGA), 1280×720(HD), 1920×1080(full HD) 등으로 다양한데, 사고 장면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HD급 이상이 좋다고 업계 관계자는 조언한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1인치당 들어가는 점의 수가 많아지므로 더 큰 메모리 용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두자.

    화각은 120~150도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넓으면 화질이 떨어지고, 좁으면 감시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카메라의 개수 또한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다. 전방, 전후방, 전후좌우로 1채널, 2채널, 4채널까지 가능한데, 사고가 났을 때 전후방을 다 보여줄 수 있고, 주차 중 앞뒤를 살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2채널 이상이 권장된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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