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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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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자녀를 바르고 지혜롭게 키우기- 류성기(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3-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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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교육에서 추구해온 목표 중의 하나는 창의력 신장이다. 창의력 신장 학습에는 상위인지 학습, 과정중심 학습, 학습자중심 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등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나 중·고교를 다닐 때에는 선생님이 칠판 맨 왼쪽에서부터 맨 오른쪽까지 써가면서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것을 듣고, 적고, 외우는 방식이었다. 내용중심이고, 결과중심이고, 교사중심이고, 교사주도적 학습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창의력 신장 교육 방법을 추구하고 있으니 많이 변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가정교육은 변해 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부모들이 자녀를 교육하는 일반적인 모습을 반성해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태어나서 3~4년이 지나면 냉장고에는 ‘냉장고’, 텔레비전에는 ‘텔레비전’이라는 낱말카드가 붙는다. 또 5~6년이 지나면 영어 낱말카드나 구구단 표가 붙는다. 또 유치원, 학원 등을 보내면서 읽고, 쓰고, 풀게 하는 조기학습을 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이 내용을 가르치는 조기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읽고, 쓰고, 푸는 자기 아이들을 보면서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학원에 보내 보충학습이나 선수학습을 시킨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대부분 내용중심, 결과중심 교육을 한다. 정답을 알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학습은 창의력을 신장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하브루타’ 방법으로 교육을 한다. 여러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 갔다 오면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지?’라고 묻는데, 유대인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질문했지?’라고 말하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잡아주는 교육’을 하는데, 유대인들은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을 한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은 ‘하브루타’ 교육 방법을 통해 ‘고기 잡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만 그럴까? 아니다. 가정에서 자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가 그러한 방법으로 교육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교육에 익숙한 자녀들이 학교에 가면 익숙하게 그러한 방법에 따라 학습을 해 간다.

    그렇다면 ‘하브루타’ 교육 방법은 어떤 방법인가? 그 방법은 부모와 자녀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한다. 토론하고, 토론하는 방법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정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정답으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거나 나무라지도 않는다. 대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또 질문한다. 사고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래 2)와 같다.

    1) (엄마)00야, 밥 먹어/(자녀)예, 그런데 왜 밥 먹어야 돼요?/(엄)밥 안 먹으면 죽으니까 그렇지./(자)밥 안 먹으면 왜 죽어요?/(엄)영양소가 결핍되어 죽어.

    2) (엄)00야, 밥 먹어/(자)예, 그런데 왜 밥 먹어야 돼요?/(엄)밥 안 먹으면 어떻게 될까?/(자)죽겠지요./(엄)왜 죽지?/(자)배고프니까 죽지요./(엄)배가 고프면 왜 죽지?/(자)…(대답 못함)/(엄)사람은 어떨 때 죽을까?

    유대인들은 구구단을 외우게 하지 않고, 2~3년이 걸리더라도 구구단 곱셈의 원리를 스스로 찾아내게 학습을 한다고 한다. 2~3개월에 구구단을 외워버리게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빨리빨리’의 교육이다. 내용중심이고, 결과중심 교육이다. 이제 내 자녀를 키울 때에는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한 안내를 해 가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자녀들을 바르고 지혜롭게 키우자. 이럴 때 자녀가 변함은 물론 그보다 더 부모가 변한다. 우리나라가 변한다.

    류성기 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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