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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위기십결(圍碁十訣)- 바둑 둘 때의 열 가지 비결

  • 기사입력 : 2014-03-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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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을 알고 싶을 때는 컴퓨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면 거의 모든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모르는 길을 갈 때도 GPS를 사용하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정신을 쓰지 않으니 기억력도 탐구심도 퇴화된다. 공부나 연구에는 궁리(窮理)가 필요한데, 요즈음은 거의 궁리할 필요가 없고, 젊은 학생들은 귀찮게 궁리를 싫어한다.

    궁리하는 데 제일 좋은 것이 바둑일 것이다. 바둑은 4000여 년 전에 중국 요(堯) 임금이 아들 단주(丹朱)가 멍청하였으므로 머리를 계발하기 위해서 바둑을 창안해 가르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林)이 백제의 개로왕(蓋鹵王)과 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백제문화가 일본에 전파될 때 바둑도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측된다. 일설에서 기자조선(箕子朝鮮)시대 때부터 바둑이 두어졌다는 설도 있지만, 근거는 불확실하다.

    필자는 바둑을 둘 줄 모르지만, 바둑에는 ‘위기십결(圍碁十訣)’이라는 것이 있다. 바둑 두는 분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둑 둘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세상을 살아가거나 공부를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람을 사귀는 데도 두루 응용될 수 있는 새겨들을 명언이다.

    8세기 중엽 당(唐)나라 현종(玄宗) 때 바둑의 명수 왕적신(王積薪)이 창안해 낸 것이라 한다.

    첫째는 불득탐승(不得貪勝)이다. 바둑에는 승부가 나게 마련이지만, 너무 승부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그르치기 쉽다. 비운 마음가짐으로 최선의 수를 찾아야 한다.

    둘째 입계의완(入界宜緩)이다. 적진으로 공격해 들어갈 때는 신중히 하라는 뜻이다. 무슨 일을 결정하든 결정적 시기가 있는 법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참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공피고아(攻彼顧我)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기의 허점(虛點)을 잘 살펴야 한다. 섣부른 공격은 화를 자초할 뿐이니 나의 약한 곳부터 지킨 다음에 상대를 공격해야 한다.

    넷째 기자쟁선(棄子爭先)이다. 바둑알 몇 개를 버리더라도 기선을 제압하고 있어야 한다.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대세를 좌우해야 한다.

    다섯째 사소취대(捨小取大)이다.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뜻이다. 원시안적으로 봐야지 근시안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여섯째 봉위수기(逢危須棄)이다. 위험을 만나면 모름지기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비상시에는 비상한 조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일곱 번째 신물경속(愼勿輕速)이다. 경솔하거나 졸속하게 두지 말고 신중하게 두라는 말이다. 다급할 때 우왕좌왕하면 일을 더 망친다. 다급할수록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여덟 번째 동수상응(動須相應)이다. 모든 바둑알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므로 한 알의 바둑이 전체 판을 결정하는 수가 있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서로 호응관계에 있으니, 전후좌우를 살펴 처신해야 한다.

    아홉 번째 피강자보(彼强自保)이다. 상대방이 강하면 스스로를 먼저 보강해야 한다. 무모하게 달려드는 것보다는 장래의 발전을 위해서 힘을 비축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열 번째 세고취화(勢孤取和)이다. 적의 세력 속에서 고립돼 있을 때는 우선 살아날 방도를 취해야 한다. 살아 있어야 재기를 노릴 수 있다.

    *圍: 에워쌀 위. *碁: 바둑 기, 十: 열 십. *訣: 비결 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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