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으로 무장하고
정규직을 구하던
아들은 스물네 번의 고배에 고개 꺾여
청춘은 감춰둔 죄 하나 들킨 듯 모로 누웠다
살과 뼈에 속속들이 땀과 눈물을 섞어
시장에 내다 팔
자기소개서에 옷을 입혀
떨이요,
떨이를 외치는
목젖이 부어올랐다
그저 한번 훑어본 후
흑백이 구별되고
삭제되는 이력 앞에
눈을 비비고 비비며
전송된
합격자메시지에
목 언저리를 만졌다
☞ “뭐 하세요, 봄날 집에 박혀서.” 밝은 목소리로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자리 박차고 일어나 바람 맞으러 나가 볼까요. 보이지요. 세상 먼 자리부터 연둣빛 새 잎이 돋아났어요. 그래요. 우울한 날은 유쾌 상쾌 그녀를 만나보세요. 사진 찍는다. 그림 배운다. 여행 간다, 잠시도 빈 시간 두지 않고 바쁜 욕심꾸러기 그녀, 만나면 덩달아 기분 좋아질 거예요. 그녀의 넘치는 에너지 화수분. 글쎄, 신발 밑에 몰래 숨겨 두고 다니는 건 아닐까 싶어요. 오늘은 시인이 쓴 시에서 마음을 같이 읽었어요. 취업난에 빠진 여러분 힘내세요. 어려운 고민도 언젠가는 마법처럼 뚝딱 풀릴 날이 있겠지요. 우리 함께 슬픔 보따리를 풀어서 아낌없이 왕창 마지막 떨이 합시다.
김혜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