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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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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명당길지는 주인이 따로 있다

  • 기사입력 : 2014-03-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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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8대 명당 중의 하나인 경북 예천군 지보면 지보리에 있는 정사 (鄭賜) 선생(1400~1453)의 무덤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진주목사를 지낸 정사 선생이 타계하자 상주는 마땅한 묏자리가 없어 고민을 했다. 그러자 전국의 많은 지관들이 모여서 앞다투며 명당을 추천하겠다고 하는데, 뒤쪽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지관에게 상주가 다가가 좋은 자리가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지관이 따라오라고 해 어느 곳에 당도해 보니 그 마을의 안동 권씨 사람이 죽어 매장을 하려고 광중을 파던 중 물이 나와 그 자리를 포기한다고 하기에 정사 선생의 후손인 상주에게 지관이 그 땅을 사도록 재촉했다. 얼떨결에 땅을 산 상주는 물이 나온 땅은 흉지(凶地)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왜 사게 했는지를 지관에게 항의하듯이 물었다. 그러자 물이 나온 자리는 혈처보다 아래를 팠기 때문이며 실제 혈(穴)자리는 그 자리보다 약간 윗자리라고 해 점혈(點穴)한 자리에 정사 선생을 모시게 됐다.

    이후 동래 정씨 가문에서 정승 판서가 13명이나 배출되면서 일약 명문가문이 됐다고 한다. 얼마 전 꽤 큰 회사의 회장 되는 분이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묘를 두 명의 지관에게 감결(勘決)해 본 결과 한 지관은 모두 이장(移葬)을 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지관은 이장(移葬)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 필자에게 최종감결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조부모님의 묘소는 주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 묘의 뒤쪽인 북서방(乾方)에서 묘소를 향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그러나 입수(入首·천리를 뻗어온 내룡이 마지막으로 혈에 생기를 불어 넣는 곳)가 대단히 좋았으며 묘를 포함한 주변을 칭하는 당판(堂板)은 한 덩어리처럼 뭉쳐져 안정돼 있었고, 입수지점 뒤에는 박힌 돌이 3개 있어서 현무정(主山·주산)의 역할도 하면서 흉풍도 막을 수 있었으며 토질과 토색도 좋아서 이장(移葬)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조부모님의 묘소 뒤편에 활개(병풍처럼 쌓은 흙)를 높게 쌓아서 흉풍을 막도록 비보했으며, 묘에 햇빛을 가리는 큰 나무 2그루는 없애도록 주문했다.

    주산이 너무 멀리 있으면 묘 가까이에 있는 흙 둔덕조차 주산이 됨을 참고하기 바란다. 부모님의 묘소를 감결한 결과 부친 묘소는 산의 측면에 있었으며, 모친의 묘소는 능선의 끝부분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서 전순(氈脣·절하는 자리로 마지막 기운이 남아 있는 곳)이 너무 좁은 것은 흠이었지만 이장(移葬)은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고서(古書)에는 능선의 옆구리에 묘를 쓰면 그 집안의 여자(딸과 며느리 등)와 사위에게 또는 사위로 인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했으며, 전순이 좁으면 막내아들의 하는 일이 별반 신통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의뢰인의 부모님 묘소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두 분의 묘소가 너무 떨어져 있는 것이 좋지 않게 보여서 방책을 생각하던 중, 마침 그곳 주변의 대부분의 터를 성토 및 정지작업을 한 후에 자연장법을 사용한 화장 후 평장(平葬)을 해 가족묘를 조성한다고 해서 부모님을 자연장으로 모시면 더 좋겠다고 조언을 해줬다.

    필자는 장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장법을 소홀히 해 길지(吉地)가 흉지(凶地)로 변하는 것을 수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당에 매장한다고 기뻐하기보다는 무득무해(無得無害)한 터에 매장을 해도 장법을 완벽하게 잘 처리하면 오히려 후자가 훨씬 더 좋다고 본다.

    명당에 모시고 장법의 실수로 광중에 물이 차있거나 파충류 등이 들어가 있다면 그러한 곳을 명당이라고 마냥 기뻐하면서 하늘에서 복이 굴러 떨어지기를 기대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매장(埋葬)을 하든 이장(移葬) 또는 자연장을 하든 상주와 가족들은 광중의 깊이는 제대로 파는지, 달구질은 빠뜨리지 않고 하는지, 잔디는 밭 잔디가 아닌 논 잔디를 쓰는지, 무덤 뒤쪽에 활개(무덤 뒤에 두르는 흙 둔덕) 높이는 맞는지, 활개를 견고하게 조성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만 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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