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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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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슬픈 인문계’ 현상의 이해와 의미- 김병식(초당대학교 총장)

  • 기사입력 : 2014-03-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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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취업시장에 ‘슬픈 인문계’라는 다소 낯선 말이 나돌고 있다. 일자리 마련에 고심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심경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이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올해 직원채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시에는 이공계 출신 졸업자만을 모집하고, 인문계는 상시 채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상시 채용’이라는 말은, 용어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필요에 따라 최소인원만 채용하겠다는 뜻이어서 인문계 졸업자들이 낙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 LG, SK 등 국내의 다른 4대 기업그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인문계열 출신을 20% 정도만 채용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국가적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먹거리는 기업들이 창출해 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슬픈 인문계’ 현상에는 현재의 우리 산업에 관한 몇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문계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 무형의 지식을 공부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이공계는 하드웨어인 물질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산업이 지금 필요로 하는 인력수요의 양은 우리 산업의 현주소, 즉 구조적 특성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돌아볼 때 우리의 1970, 80년대는 경영학을 중심으로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인기가 있었고, 취업도 더 잘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로 이행되는 과도기적 시기여서 산업화의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소요자금을 확보하는 등 정무에 관한 일이 많이 필요했고 중요했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지나고, 구체적이며 분명한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해진 구조로 우리 산업이 이행되었음을 이 현상은 말해 준다.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 산업이 바람직하게 발전돼 왔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산업이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아직 구체적 물질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조 및 가공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기반사회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 깊은 곳에서는 투자대비 고가치를 지닌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중심의 선진국형 산업구조에는 못 미치고, 아직 많은 부분이 전통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IT강국 등을 내세우며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필자는 이 분석의 근거를 신뢰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내놓는 인력 수요에 대한 숫자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정부의 숫자에 비해 훨씬 정직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정량화한 구체적 이윤을 목표로 한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해에 출범했다. 이에 대하여 성과를 얻기 위해 나름대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예산도 확보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새로운 정부기구도 만들었다. 선진국의 산업을 모방만 하던 기존의 경제 패턴에서, 창의적 변화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그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만 간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우리 대부분의 국부는 전통적 산업에서 나온다는 엄연한 현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더불어 사는 국가에서는, 지향점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행과정도 중요하다.

    세상 일에는 매사 균형을 잡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양단 사이에서 조화로운 배분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고려와 조선조에 걸쳐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최고 인재를 양성했던 교육기관의 명칭이 ‘균형을 이루다’는 ‘성균(成均)’이었다는 점은 되새겨 볼 만하다.

    김병식 초당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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