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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로봇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디자인- 김태희(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4-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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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을 생각하면 흔히 하드웨어 속성을 연상하며 소프트웨어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로봇에 따라서는 고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람이 내리는 지령을 해석해 자신에 맞는 동작으로 그 명령을 수행하는 단순한 로봇에도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며, 나아가 여러 가지 센서를 활용해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지능로봇은 매우 정교하며 방대한, 그리고 고도의 기술적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

    지능로봇은 인공지능의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인공지능의 발달 과정에서 사람의 생각만을 연구한다든지, 사람의 시각이나 청각 등을 세분해 연구해 온 것도 결국 사람을 닮은 지능로봇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적인 연구들을 언젠가는 한군데 모아 온전한 지능로봇을 만들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은 모습이다. 센서 기술, 모터와 같은 부품, 소재,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술, 그리고 배터리 기술까지, 각 요소 기술의 영역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 발전은 하나의 지능로봇에서 집약될 준비가 된 것이다.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놀라운 로봇을 보며 그 시작이 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사의 군사로봇이나 샤프트사의 재난로봇은 엄청난 기술적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한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서 로봇에 있어서 소프트웨어에 매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로봇의 두뇌를 구성하는 컴퓨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복잡한 로봇일수록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며 그럴수록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즉 동일한 하드웨어 기술을 전제했을 때 로봇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해 로봇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다행히 일선 초등학교 등에서 어린 학생들이 로봇에 열광하고 해당 교육프로그램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소프트웨어이며 소프트웨어 교육도 함께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로봇에 있어서 디자인도 매우 중요하다. 로봇을 심미적으로 만들어주는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람과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하게 하는 상호작용 디자인 등과 같이 디자인의 기여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로봇은 구조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팔을 머리에 단 로봇과 허리에 단 로봇은 같은 프로그램을 수행했을 때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몸체를 잘 디자인하면 하드웨어를 간소화하고 소프트웨어 분량을 줄일 수 있다. 즉 하드웨어의 구조가 소프트웨어의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디자인 과제이다.

    로봇은 그 자체로서 융합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다양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현대의 농축된 디자인과 예술적 전문성이 더해져야 할 영역이다. 로봇이 융합의 전형적인 모델이라는 것은 다양한 요소가 단순 접합에 의해 결과물이 완성되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디자인이 서로 구분될 수 없는 영역이 있으며, 바로 이 영역이 본질적인 융합의 장소이며 혁신적인 가치 창출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더욱 드러내고 새로운 교육을 이끌어가고 따라서 혁신적 산업을 육성시켜 가는 것은 창조경제의 하나의 단면일 것이다.

    김태희 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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