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30일 (토)
전체메뉴

[인간과 환경] (30) 치유의 숲

산림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몸’ 되찾는다

  • 기사입력 : 2014-04-02 11:00:00
  •   
  • ?



    바람과 산들바람은 떼어놓을 수 없듯…”.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 다양한 책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미치 앨봄’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그의 세계관에 따르면 바람 속에는 도심에 지친 현대인을 치유해줄 산들바람이 함께 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바람에는 도로·공사장 생활소음과 먼지, 직장 상사의 잔소리는 있지만 산들바람은 없다.

    심신이 지친 시민을 위해 창원시와 합천군이 ‘치유의 숲’이 조성하고 있다.

    산림청의 ‘2013 전국 산주현황’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도내 전체 산림현황은 총 70만3600㏊이며 사유림은 57만2805㏊, 국공유림 6만4387㏊, 산림청 소관 6만6408㏊ 등으로 총면적은 경북·강원도에 이어 3번째다. 치유의 숲 조성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도내 치유의 숲=?물꼬를 튼 곳은 합천군이다. 합천군 ‘오도산 치유의 숲’은 60㏊에 국비 24억원, 도비 7억2000만원, 시·군비 16억여원 등 모두 48억원이 투입된다. 이곳에는 ‘숲속의 집’ 4동, 힐링(치유)센터 1동, 건강치유숲길, 철쭉꽃길, 힐링약초길, 자연록길, 맨발길, 목재칩 길, 에코피아 마당, 솔숲침대, 솔숲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창원시는 진해구 장복산 조각공원 인근 56㏊에 ‘창원 편백림 치유의 숲’을 조성한다. 현재 연구용역 중인 이 사업에는 46억원(국비 27억여원, 도비 5억여원, 시비 12억여원)이 투입된다. 시는 앞으로 산림치유지도사를 2~4명 고용, 물치유프로그램(편백나무 용기 족욕 등)과 옥상녹화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림치유지도사는 방문자를 대상으로 1차 상담을 통해 1~3시간 동안 맞춤 코스를 안내한다.

    국내 치유의 숲이 운영 중인 곳은 경기 양평, 강원 횡성, 전남 장성, 전남 장흥(시범운영) 등 4곳이다. 조성 중인 곳은 창원시, 합천군, 충북 영동군, 전북 순창군, 전남 화순·장흥군 등 25곳이다.

    ◆치유의 숲=?치유의 숲은 외형상 산림욕장·자연휴양림·산림레포츠숲·산림공원과 닮아 있지만 목적은 다르다. 말 그대로 치유의 숲은 산림을 활용해 질병을 치유하는 것이고 산림욕장 등은 휴양·여가의 목적이 강하다. 차이는 프로그램에서 드러나는데, 산림치유지도사가 이용자를 상담·관리하고 환경을 이용해 몸과 마음을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킨다.

    치유와 치료에 대한 구분도 필요하다. ‘치유’는 사회·자연환경 및 문화를 통해 건강을 회복시키는 반면 ‘치료’는 의학을 이용한다. 일종의 대체의학 성격을 갖는 치유의 숲은 그 구성요소인 △향기(피톤치드) △햇빛 △바람 △음이온 △경관 △자연적 온도 △먹거리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프로그램=?치유의 숲이 차별화되는 부분은 운영 프로그램에 있다. 국내에 알려진 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독일에서 차용한 부분이 많다. 이는 크게 △물요법(온랭수욕) △운동요법(1일 약 2시간의 산림산책) △식물요법(허브·약초 등을 활용한 식사와 입욕, 아로마테라피) △조화요법(신체·자연의 조화) 등으로 구성된다.

    물요법은 온천, 샤워시설, 냉온탕, 탁족시설물 등이 설치된다. 운동요법의 구성은 낮은 경사도의 비탈길을 일정한 속도로 걷는 산책과 발 지압시설, 산림욕 체조 시설 등이 있다. 식물요법은 식물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고 식물을 만지고, 경관을 느끼는 활동이다. 또 산림 내 청정음식물을 채취 섭취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조화요법은 사색·명상·요가 등 프로그램이 있다. 이들은 모두 산림치유지도사의 상담 이후 이용객에 맞춤 프로그램으로 설계된다.

    ◆해외 사례=?독일은 ‘숲 치유’(forest therapy) 선진사례인 ‘크나이프 요법’이 유명하다. 100여 년 전 당시 독일 붸리스호펜 마을의 가톨릭 사제인 세바스찬 크나이프가 젊은 시절 걸린 결핵을 냉수욕 등으로 치료한 경험을 근거로 만들어진 자연요법이다. 독일 치유의 숲은 일명 ‘크나이프 요양지’로 불리며 전역에 64곳이 있다. 특히 독일의 크나이프 요법은 사회건강보험이 적용돼 체재비와 의료비 대부분이 보험으로 지불된다. 독일에서는 4년에 한번씩 3주간 보양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고, 높이 10~50m, 거리 2~10km 구간, 약 2시간의 산책로는 독일 크나이프 의사연맹이 조사·설계를 시행한다.

    일본은 지난 2004년부터 숲의 건강·생리적 효과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일본 산림종합연구소 생리활성팀은 전국 치유의 숲을 실험해 결과에 따라 삼림치료길과 삼림치료지구를 국가공인하는 ‘산림인증제도’를 실시한다. 일본 ‘고야산 산림테라피 기지’의 테라피 도로는 3~16km의 구간으로 구분되며 평균 경사도는 8.5% 정도로 완만하다. 삼나무와 편백림이 대부분이다. 일본 ‘기후현 미나미히다 건강증진센터’는 청정식재료 섭취, 숲 속 명상 등을 활용한 ‘자연치유력’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망=?산림청은 오는 2017년까지 치유의 숲을 34곳으로 늘려 운영하고 산림치유지도사 5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산림복지 차원에서 체재비와 의료비를 의료보험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과 의료보험 지원이 불가능한 경우 사보험 형태로 지원하는 차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치유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방과 한의학 분야를 치유의 숲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경기도 양평 산음 치유의 숲이 국내에서 처음 개장될 당시만 해도 산림치유지도사의 역할은 숲 해설사 등이 대신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산림치유지도사(1·2급)가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인정됐다. 현재는 치유의 숲 및 산림치유 경력이 있거나 산림·의료·보건·간호계통 학과 졸업자만 시험자격이 주어지지만 정부는 향후 산림교육·산림복지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응시자격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는 38명의 산림치유지도사가 있다.

    정치섭 기자


    [사진설명]? ‘치유의 숲’ 조성 예정지인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 편백림./성승건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