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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구태 경계해야 할 새누리당 공천-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4-04-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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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의 막장드라마는 항상 수많은 화젯거리를 낳는다. 지난해 말 종영한 막장드라마 ‘오로라공주’도 그랬다. 시청률이 오르면 도지는 방송사의 고질병인 드라마 연장을 반대하고, 작가 퇴출 운동도 있었다.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사실은 조연배우 11명 중도 하차, 개연성 없는 스토리 등 숱한 논란 속에도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뭐 이런 말같지 않은 드라마가 있어?” 하면서도 본방 시간을 사수하려고 TV 앞에 모여든다. 시청률에 죽고사는 방송사는 여론의 뭇매에 시달려도 막장드라마를 포기하지 못한다.

    기초선거는 무공천하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달리 새누리당은 기초·광역선거 모두 후보 공천을 한다. 도내 기초단체장에 대한 1차 컷오프가 최근 발표되면서 공천을 향한 예비후보들 간의 공방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뜨겁다 못해 서서히 말들이 거칠어지고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천 일정이 더 진행된다면 지지율에 목을 매는 선거판의 막장드라마 등장도 얼마 남지 않은 분위기다.

    정당 공천은 상대 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와 본선에서 경쟁하기 위한 예선전이다. 예선에 사활을 걸고 전력투구하는 것은 이 지역 정서상 예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인식에서다.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 가운데 상당수는 공천을 받으면 곧 당선이라고 여긴다. 경남이 전통적인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데다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표심은 그들이 당선이라는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것을 탓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고 언제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새누리당이 구태를 벗고 변화하는 자세를 보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지역 정서도 외면으로 돌아서게 마련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다. 공천에서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돈공천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게 상향식 공천의 핵심이다.

    이러한 약속과 달리 벌써부터 상향식 공천의 문제점이 조금씩 불거져 나오고 있다.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 후보 공천을 지역 국회의원이 좌지우지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감지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정 후보 지지는 결국 당원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깨끗한 상향식 공천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현재 진행형이어서 공정한 공천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아직도 많다. 행여 당 차원의 공천이 불공정하게 흐른다면 후보들은 상대를 비방하고 막말을 통해 분위기를 자신들 쪽으로 돌리려고 할 것은 자명하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도지사 선거이다. 후보 경선에 들어간 홍준표 지사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오는 7일부터 2차례의 TV토론과 3차례의 순회연설회를 가진다. 지금까지 두 후보는 막말 수준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상대를 공격했다. 두 후보가 이번 경선 기간 동안 보여줄 말과 행동은 경남지역 전체 공천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비방 없는 깨끗한 경쟁을 기대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고, 세 번째 단계를 사람들이 일종의 연대감을 느끼는 사회적 욕구로 봤다. 막장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것은, 욕하는 시청자들이 일종의 연대감을 가지면서 집단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판의 막장은 드라마와 달리 시청률, 즉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 선거에 있어서 막장이 통하지 않을 만큼 유권자들은 성숙해졌다. 내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상대방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인간사회의 기본 덕목이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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