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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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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천만매린(千萬買隣) - 천만금을 주고 이웃을 산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4-04-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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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송(宋)나라에 여승진(呂僧珍)이란 사람이 있었다. 사람됨이 성실하고 겸손했고, 매우 학문이 있었고, 벼슬도 높았다.

    어떤 지방장관을 맡아 부임했는데, 아주 공정하게 정성을 다해 일을 처리했다. 심지어 자기 형제들도 관아에 못 들어오게 했다. 그의 재종 아우가 파를 파는 일을 하다가 집안 형님이 고을 원으로 오자 한 자리 얻을 요량으로 파 장수를 그만두고 인사청탁을 했다.

    다른 친척들도 말은 하지 않아도 덕을 보려는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여승진은, “원래 각자 자기 신분에 맞는 직업이 있다. 어찌 친척 덕으로 벼슬을 얻으려 하느냐? 각자 하던 일을 열심히 하기 바란다”하고 돌려보냈다.

    그의 고향집이 고을의 북쪽에 있었는데, 그 앞에 독우(督郵·역장)의 관아가 있었다. 고을 사람들이 “독우의 관아를 옮겨 가게 하고 집을 새로 넓게 잘 지으셔야지요”라고 부추겼다. 그러자 “어떻게 내 집을 짓기 위해 관아를 옮긴단 말이오?”라고 거절했다.

    여승진의 청렴결백하고 공평한 행정과 소탈한 인품에 감동하여 사람들이 칭송했다.

    그때 송계아(宋季雅)라는 사람이 퇴직하고서 살 곳을 정하면서, 여승진의 이웃집을 사서 이사하였다. 하루는 여승진이 인사하러 가서 “집을 얼마를 주고 사셨습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1100만냥을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깜짝 놀라며 “어찌 그렇게도 비싸게 샀는지요?”라고 반문했다. 송계아가 “100만냥을 주고 집을 샀고, 1000만냥을 주고 좋은 이웃을 샀지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이 사는 데는 집이 필요하다. 건물도 중요하지만, 주변환경이 더 중요하다. 환경 가운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웃이다.

    요사이 들으니, 새 아파트로 이사간 사람이 이사떡을 돌리니까 아예 반 이상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심지어는 벨을 눌러 애가 깼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고, 떡을 받는 즉시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젊은 아주머니들의 이런 태도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첫째 사람 귀한 줄을 모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먹는 것 귀한 줄을 모르는 것이다. 풍족할 정도의 월급 받고, 괜찮은 아파트에서 살면 당장은 남에게 아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이웃은 큰돈을 들여서도 사는데, 지금 이웃의 가치를 모르고 이웃과 아예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개중에는 갈등을 일으켜 소송을 하고 심지어 살해까지 하니, 이래서 되겠는가? 좋은 이웃관계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겠다.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은 이웃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자기를 위하는 길이다.

    *千: 일천 천. *萬: 일만 만.

    *買: 살 매. *隣: 이웃 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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