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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32) 아름다운 숲

숲의 가치, 우리 손으로 가꾸고 보전해 알려야죠

  • 기사입력 : 2014-04-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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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삼풍대공원


    고성 장산마을숲


    인간과 자연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일까? 물론 아니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보전하고 지켜내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아름다운 숲’ 사업이다.

    함양의 상림, 경주의 계림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바로 사람이 일부러 조성한 ‘인공숲’이라는 점이 같다. 우리 주변에도 인간의 손길로 보존하고 후세에 전한 아름다운 숲이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삼풍대공원’이 선정됐다. 오랫동안 지역에 살았던 이들이 아니라면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다.

    (사)생명의숲 국민운동과 산림청,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곳이 바로 삼풍대공원이다. 아름다운 숲 대회는 올해로 벌써 15회째를 맞는다.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발굴해 국민에게 숲의 가치를 알리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대회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마을숲을 찾습니다’이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기도 하지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가꾸어지고 보전되는 숲을 찾는 행사가 바로 아름다운 숲 대회다.

    14년을 거치는 동안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숲이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다.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가꾼 마을숲도 있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가꾼 학교숲도 있다. 지자체가 잘 가꾼 가로수길도 많다. 14년을 거치면서 경남에서도 많은 숲들이 선정됐다.

    ◆아파트숲 속 진짜 숲=?마산회원구 내서읍은 남고북저의 지형으로 물이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삼계마을 주민들은 지혈의 정기가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숲을 만들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방풍림 역할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삼계마을의 삼(三),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풍(豊)을 따서 삼풍대(三豊臺)라 이름을 지었다.

    1990년대 내서읍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조그만 땅이라도 아파트나 건물을 지으면서 삼풍대 숲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만류했다. 주민들의 노력은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 삭막한 아파트 숲 속에 진짜 숲이 보존되면서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휴식의 장이다.

    삼풍대는 농사철 주민들의 휴식처가 됐고, 칠월백중(음력 7월 15일)에는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잔치가 열린 곳이었다. 6·25전쟁 이후 마을 사람들이 피란을 떠난 날인 칠월칠석(음력 7월 7일)에 마을잔치를 벌이는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곳의 곧고 푸른 나무들을 베어가서 통영의 세병관 기둥이나 거북선, 함선을 만드는 목재로 사용하고, 어리고 굽어 쓸 수 없었던 나무들이 남아서 현재의 숲을 이루었다고 하니 삼풍대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삼풍대에는 팽나무, 느티나무, 말채나무, 회화나무 등 고목 30여 그루가 있다. 한쪽에는 교하 노씨 쌍효정려가 있고, 아파트 단지 조성과정에 유실 위기에 처했던 효열비석 4기도 이곳으로 옮겨와 자리를 잡았다.

    장고의 세월을 겪고 인간의 손으로 사라질뻔한 숲이 다시 인간의 손으로 살아남았기에 그 어느 숲보다 아름다운 숲이다.

    ◆마을의 정원같은 숲=?고성군 마암면 장산리에는 오래된 정원이 있다. 도로와 접해 있고 논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곳 역시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곳이다. 바로 장산마을숲.

    장산마을에는 고택이 많다. 이 고택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오래되고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조선 초기 태조 때 김해 허씨 문중이 이 숲을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바다의 강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방풍림이다. 당시 “바다가 마을에 비치면 번쩍번쩍하여 마을에 좋지 않다”고 해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숲이라고 한다. 장산마을에서 상족암까지는 지척이다.

    만들 당시에 길이가 1km에 달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일부만 남아있지만 그 어떤 숲 못지않은 멋스러움이 있다. 거목들이 즐비하지만 느낌은 우리나라의 옛 정원 같은 아늑함과 소박함이 느껴진다.

    장산숲에는 보통 마을숲에서 볼 수 없는 개서어나무가 즐비하다. 숲 한가운데에는 연못이 있고, 그 연못 한가운데 정자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숲을 지켜내기 위해 ‘계’를 조직해 운영했고, 현재는 주민과 허씨 문중이 함께 관리하고 있다. 고성군도 고목 사이로 후계림을 심는 활동을 펼쳤다.

    ◆학교, 숲이 되다=?창원시 진해구 진해중앙초등학교 교정은 어느 학교보다 울창하다.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진해중앙초등학교에는 그 역사만큼 혹은 그보다 더 연륜 있는 고목들이 많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90년을 이어오며 가꾸어온 나무와 풀들이 숲을 이뤘다.

    이렇게 가꾼 숲은 학생들에게는 야외 관찰학습로가 되고, 주민들에게는 산책로와 휴식처가 되고 있다. 학교 뒤편으로 달리는 열차의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림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중앙초등학교는 벚꽃의 도시에 자리 잡은 만큼 벚나무가 많다. 학교 건물 뒤편으로 조성된 벚나무 숲길은 터널처럼 장성해 보는 것 만으로도 아름답다. 벚꽃이 만개한 계절에도 아름답고, 벚꽃이 지고 새잎들이 나고 자라면 그 또한 멋있다.

    ◆생명의 숲=?사단법인 생명의숲 국민운동은 지속가능한 숲공동체 사회를 구현하는 ‘숲정책운동’,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모델을 제시하는 ‘숲가꾸기운동 &모델숲운동’, 시민과 숲을 이어주는 ‘문화교육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를 통해 학교숲, 도시숲, 마을숲을 꾸준히 발굴하고 계속 보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명의숲 홈페이지(www.forest.or.kr)에서는 지난 15년간 전개된 다양한 활동상과 전국의 ‘아름다운 숲’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고,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글=차상호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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