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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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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청천벽력(靑天霹靂)- 푸른 하늘에 벼락이. 뜻밖에 갑자기 어려운 일이 닥치다

  • 기사입력 : 2014-04-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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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전날 밝은 낯빛으로 수학여행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나간 아들딸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은, 며칠 뒤에 돌아와 여행지에서 있었던 즐거운 일들로 이야기꽃을 피울 것만 생각하면서 아들딸들을 기다린다.

    천만 뜻밖에 그다음 날 오전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아들 딸들이 배 속에 갇혀 있거나 사망해서 시신을 확인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모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은 바로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은 세상을 살다 보면, 자기 뜻과 상관없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불가피하거나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은 침몰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약 300명의 목숨을 고스란히 물 속에 넣고 말았다.

    선장 아닌 초보자가 배를 운항한 점, 평소의 항해노선을 바꾼 점, 처음 가보는 물살이 센 곳에서 배를 급선회시킨 점, 배가 침몰하려는데도 적절한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 밖에도 20년이 다 된 배를 일본에서 수입해서 운항한 점, 승객을 더 태우기 위해서 180여명의 승객이 더 탈 수 있도록 배를 개조한 점, 선원들의 형편없는 처우, 형식적인 비상대책훈련, 정부의 감독 소홀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중국 속담에 ‘석 자 되는 얼음은 하루 추워서 언 것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세월호가 침몰해 이렇게 많은 존귀한 인명 피해를 낸 것은 단순한 선장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고,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오랜 세월 쌓여 일어난 것이다.

    모든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듯, 모든 선박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하고 만 것이다. 자동차검사, 가스검사, 소방검사, 안전검사, 보안검사 등등 검사가 많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하고 만다.

    왜? 지금까지 별일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별일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다. 사고 나기 전까지는 누구나 ‘무사고(無事故)’의 연속이다.

    흔히 어떤 일의 책임자를 ‘선장’이나, ‘조타수(操舵手)’에 견주는 말을 자주한다. 선장이 항로를 몰라 배가 암초에 부딪치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재산피해가 난다. 그만큼 선장 한 사람의 임무가 중요하고, 잘못했을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나다.

    대통령부터 각급 기관장, 회사 책임자 등 배의 선장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많다. 세월호 선장처럼 자기 임무를 망각한 채 대충 월급이나 받으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많은 사람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재난을 덮어씌우게 된다.

    * 靑 : 푸를 청. * 天 : 하늘 천.

    * 霹 : 벼락 벽. * 靂 : 벼락 력.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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