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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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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창원-하동 '남도열차여행'

운전대 놓고 떠나는 힐링여행
봄빛 낭만 가득 싣고 칙칙폭폭
뭐하꼬- 남도 열차여행

  • 기사입력 : 2014-04-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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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도해양열차 내 다례실에서 옥영숙(오른쪽)·정이경 시인과 승객들이 차를 음미하면서 여행을 즐기고 있다.


    햇살이 눈부신 완연한 봄. 나무들은 어느새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네요. 새순을 틔운 산자락은 싱그러운 물결로 넘실거립니다.

    이파리들은 하늘거리며 바람을 유혹합니다. 그리고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봄 갤러리 으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연둣빛 물감이 뚝뚝 떨어진 듯한 생동감 넘치는 캔버스를 감상하기에는 열차여행이 제격이겠지요. 두 손, 두 발 모두 자유롭게 내려놓고 편안하게 즐기면 되니까요.

    열차에 몸을 실어봅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봄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일상의 무게를 내려 놓고 훌쩍 떠나는 열차여행은 추억과 낭만이 함께합니다. 그래서 여행의 맛도 곱절이 되지요.

    빠르게 진화하는 생활 습관과 문화 속에서 열차라는 단어만으로도 묘한 향수를 일으킵니다.

    검은 광택의 증기기관차가 내품는 뽀얀 연기와 ‘칙칙폭폭’을 내지르며 ‘철컹철컹’ 하면서 달려가는 고향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또 삶은 계란과 사이다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생각하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설렘도 큽니다. 역과 역, 타고 내리는 승객을 대하면서 새로운 만남을 상상하고 또 어떤 마을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글=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천혜의 자연경관과 풍성한 남도의 문화를 이어주는 ‘남도해양열차 S-train’을 타고 시간여행을 시작합니다. 경전선(부산~경남~전남~광주)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남도문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한 낭만이 있는 열차입니다.

    창원중앙역에서 출발해 하동역까지 일정으로 지난 16일 오전 열차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가는 봄날을 아쉬워하는 정이경·옥영숙 시인과 함께 계절의 절정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함께 여행을 생각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있어야겠죠. 여행을 좋아하는 공통점과 함께 한 분은 지리산을, 또 한 분은 섬진강을 좋아하는 까닭에 열차여행의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하동으로 모아졌습니다.

    관광열차답게 외관부터 충무공의 고장인 남도를 형상화해 기관차를 거북선의 이미지로 디자인하고 쪽빛, 동백꽃을 메인테마로 경첩문양, 육각문양 등 예술적으로 꾸며놨네요.

    열차 안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습니다. 카페에 가족석, 커플룸, 다례실, 전망석, 자전거 거취대 등등.

    4호실 다례실에서 차를 마시며 여행을 즐겼습니다. 다례실의 ‘차소풍’ 차림표 또한 매력적이네요.

    달리는 열차에서 차창으로 지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은은히 우러나는 녹차향기에 심취하고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중히 간직하고픈 추억하나 걸어둘 공간도 만들었습니다.

    차를 마시며 고즈넉이 차창을 바라보니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집니다. 직접적인 대화가 없어도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사랑과 소통을 느끼는 시간이었죠. 가끔 철컹거리는 열차의 작은 울림은 추임새처럼 정겹습니다.

    커플석에는 부산에서 출발한 젊은 남녀들이 음료수를 마시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1호차와 2호차에는 단체 승객들이 노래교실 이벤트도 하면서 여흥을 즐기고 있습니다.

    여수까지 먹거리여행을 간다는 김지철(32·부산)씨는 “그동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 느긋하게 경치도 구경하면서 오랜 시간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아주 좋다”며 열차여행의 묘미를 한껏 즐기고 있네요.

    “니 좋제, 잘 왔제…”

    다례실이 시끌시끌합니다. 단체로 오신 분 중 일부 승객이 다례체험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이 열차를 몇 번 타봤다는 손모(59·부산)씨는 “차를 한 잔 하면서 열차여행을 한다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며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든다”며 풍미로운 녹차를 음미합니다.

    어느새 기차는 진주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와를 얹은 역사가 말끔하네요.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움이 진주의 상징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배낭을 멘 승객들이 눈에 띄네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진주를 지나 북천역. 가을이라면 한들한들한 코스모스가 펴 여행객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을 터인데, 아쉬움이 있지만 색색의 코스모스 바람개비가 달리는 열차에서 잠시 쉬었다 가라고 손짓합니다. 여기저기 포토존도 있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코스모스 바람개비와 북천역 이정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촬영을 도와주고 있네요.

    승무원 이세원(24)씨는 “남도해양열차는 지난해 9월 개통해 조용하게 경치를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힐링여행으로 인기가 많고, 커플석이 있어 젊은 층들도 즐겨 찾는다”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간간이 차창 밖을 바라봅니다. 이름 모를 마을의 평안한 모습이 왜 이렇게 기분을 좋게 만들까요. 터널 속 창문으로 투영되는 승객의 모습에도 여유로움이 묻어 있습니다.

    드디어 하동에 도착했습니다. 창원중앙역에서 출발해 1시간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승용차보다 훨씬 빠른 것 같네요. 하동역에서 나와 미리 예약한 렌터카가 어디 있는지 찾아봅니다. 아! 바로 옆에 앙증맞은 민트빛 색상의 ‘레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레일과 연계된 카셰어링 ‘유카 서비스’를 통해 아주 편리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네요.

    봄햇살이 옹알이를 하는 듯 금은빛으로 반짝거리는 섬진강은 정겹고 느낌이 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섬진강가에서 메기탕으로 요기를 합니다.

    산초잎 무침, 취나물, 매실장아찌, 방풍나물…. 지리산의 싱그러움과 집밥 같은 푸근함이 묻어나는 차림에 한 그릇이 금세 비워지네요.

    하동십리 벚꽃길은 꽃진 자리마다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 풋풋하고 신선합니다. 섬진강따라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봄바람은 정겹다 못해 유혹적입니다.

    하동 하면 화개장터와 빼놓을 수 없는 평사리 그리고 야생 녹차밭이겠죠.

    평사리 들녘 보리밭의 푸르름과 화개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녹차밭 풍경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상쾌합니다.

    하동여행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맑은 공기와 물이 있고, 벚꽃 지면 배꽃의 기다림이 있고, 배꽃이 피면 우전을 따는 한폭의 풍경화가 된 느림의 미학,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열차로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정겨움, 낭만이 풀풀 넘쳐 흘렀습니다.



    ◆남도해양열차 S-train

    남도해양열차는 부산에서 출발하며 하동, 순천, 여수로 관광을 떠나는 승객이 대부분이다. 하루 한 번 왕복하며 창원중앙역에서 하동 방면으로 오전 10시 16분 출발한다. 하동역에서는 오후 7시 24분 창원방면으로 출발한다.

    무궁화호 열차도 중간중간 있어 시간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하면 된다.

    남도해양열차는 객차가 5량이며 각각 테마가 정해져 있다. 1호차는 기본석과 전망석이 구비된 ‘힐링실’이다. 2호차는 기본석과 가족석 28석이 있는 ‘가족실’, 3호차는 카페와 식당실, 커플룸이 있는 ‘카페실’, 4호차는 다례를 즐길 수 있는 ‘다례실’, 5호차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 ‘이벤트실’이다.

    코레일 홈페이지(www.korail.com)를 이용해 예약과 함께 발권을 하면 편리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창원중앙역에서 하동역까지 편도 어른 운임은 1만2700원(주중)이다.



    ◆카셰어링 유카

    열차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이 열차역에서의 연계 교통편이다.

    단체여행일 때는 관광버스가 있어 걱정이 없겠지만 커플이나 가족 등의 여행일 때는 코레일과 연계된 카셰어링 서비스를 추천할 만하다.

    ‘유카’라고 하는데, 먼저 홈페이지(www.youcar.co.kr)에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하고 카드를 발급받으면 예약이 가능하다. 또 휴대폰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키 기능 등이 있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창원중앙역, 마산역, 진주역, 하동역에 비치돼 있다. 요금은 시간당 차량 대여요금과 유류비(190원/㎞)를 더해 책정되며,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평일 비수기 주중 1시간 대여 요금은 4100원, 주말은 5100원이다.



    ◆하동 투어 코스

    열차 시간을 고려해 하동에서 둘러볼 만한 여행지는 크게 악양(최참판댁) 코스, 화개·쌍계사 코스, 청학동·삼성궁 코스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악양 코스는 최참판댁, 동정호 사랑의 느린우체통, 평사리들판과 부부송, 섬진강을 따라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평사리 공원이 있다. 화개·쌍계사 코스는 화개장터와 십리벚꽃길, 쌍계사, 차문화센터가 있다. 청학동·삼성궁 코스는 예절과 전통문화, 배달민족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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