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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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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벼먹기- 황시은

  • 기사입력 : 2014-04-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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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오후

    손 전화기로 체포해 온 봄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허기진 뇌 속으로 송두리째 밀어넣는 모습이

    지어미를 꼭 닮았다

    고맙다는 생각 한 스푼,

    얼른 뜨거운 쌀밥을 지어야지

    지상의 모든 꽃잎을 남편이 따 오기로 했다

    흐르는 지하수에 꽃잎 한소쿠리 씻어내는 사이

    황사를 지나온 아이들 허기가 질 것이다

    체하지 않도록 잘게 꽃잎을 다져야지

    참기름 한 스푼에 태양초 고추장 한 스푼,

    지상의 봄을 온통 몸 속으로 모시고 있다



    ☞ 짧은 계절을 아쉬워하는 동안 시골로 이사 간 그녀는, 집 마당까지 점령해 있는 싱싱한 봄을 마음껏 자랑해 놓았네. 고소한 참기름 맵싸한 고추장 향기 쏙쏙 묻어나는 나물 모두 한데 모아 비벼놓고 둘러앉아 맛있게 나누어 먹는 동안, 허기졌던 미움 한 숟가락 매서운 황사바람 한 숟가락 문제없이 한입에 꿀꺽 다 지나가 버리네. 일용할 양식과 겸손한 시간으로 마주앉은 가족 고맙고 더욱 감사해지네. 평안한 지상의 봄 그녀 진솔한 마음에 먼저 다가오고, 마당가 시원한 지하수 어지러운 생각마저 깨끗하게 헹구어주네. 시인의 소박한 시처럼 소쿠리 가득 꾸미지 않아도 넘치는 유기농 삶이 소복소복 사랑스럽고 참 예쁘게도 담겨 있네.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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