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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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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책인즉명(責人則明)- 다른 사람을 나무라는 데는 똑똑하다

  • 기사입력 : 2014-04-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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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어마한 인명피해를 낸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거의 모든 방송이나 신문이 정규방송을 중지하고 문제점과 대책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그런 대형사고를 내고도 책임감 없이 맨 먼저 빠져나온 선장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강한 지탄을 받고 있다. 세월호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는 중인데도, 필자가 차를 운전해 가다가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 출발하려 하자, 조금 전 열렸던 차선에서 계속 차가 전 속력으로 달려와 필자의 앞차가 놀라 급정거를 했다.

    그뿐만 아니다. 시내버스는 항상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갈 수만 있으면 그냥 지나간다. 택시는 손님만 있으면 옆으로 붙이지 않고 바로 급정거해 버린다.

    뒤에 따라가던 차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토바이는 아예 신호를 무시하고 곡예를 부리며 반대편 차선도 역주행하며 다닌다.

    큰 길가에 이중 삼중으로 차를 주차하고 있어 세 가닥의 길이라도 한 가닥만 차가 다닐 수 있다. 차선을 바꾸거나 방향을 바꿀 때는 방향등을 켜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아예 방향등을 사용하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보행자들도 횡단보도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무데서나 길을 건너간다. 횡단보도에서도 오른쪽으로 가도록 화살표를 그려놨지만, 오른쪽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슨 일을 하고자 하면서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정당한 방법으로 추진하면 되지 않고, 모두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특별한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지금 정치가들이 획득하려고 노력하는 선거후보자 공천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세월호 선장이나 선주를 욕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미리미리 점검해서 사전에 대비하려고 하면, 그런 예산 확보도 어렵지만 일반적인 인식이 ‘쓸데없는 데 돈 들인다’고 멍청하게 생각한다. 대충대충하다가 일이 터져야 사방에서 비판하고 대책을 내놓는다. 이번 사태로 국무총리가 사표를 내고 장관 몇 사람 갈아치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생각을 바꿔야 하고, 생각의 질을 높여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원칙만 지키면 된다.

    몇 년 전에 나온 책 가운데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것이 있었는데,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기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는 안 하면서 남 보고만 하라고 요구한다.

    송(宋)나라의 정치가 범순인(范純仁)이 자기 자식들에게 훈계하기를,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어도 남을 탓하는 데는 똑똑하다. 항상 다른 사람을 탓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탓하라(人雖至愚 責人則明 常以責人之心責己)”고 했다.

    * 責 : 탓할 책, 맡을 책. * 人 : 사람 인. * 則 : …하면 즉, 법칙 칙. * 明 : 밝을 명.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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