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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이카루스의 패러독스'를 당한 노키아 멸망 후 핀란드는?- 이승윤(경남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 기사입력 : 2014-05-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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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린 휴대폰은 무엇일까? 애플, 삼성의 휴대폰이 아닌 노키아1100 모델이다. 무려 2억5000만개나 팔렸다고 한다. 노키아는 휴대폰 1위 자리를 긴 시간 동안 유지해 온 우량기업이다. 그 전설의 노키아가 망해서 휴대폰사업부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인수되었다. 원인을 살펴보자. 1998년 모토롤라를 누르고 휴대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1위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고, 1996년부터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아이폰 출시 2년 전인 2005년에는 터치스크린폰도 내놓았다. 그러나 ‘터치스크린폰은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연구를 중단했다.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혁신 회사였다. 아이디어를 내면 얼마 안 가 미국·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의 노키아 연구소에서 같은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노키아 종업원 수는 한때 13만명까지 늘었다. 이 과정에서 관료화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회사가 비용에만 중점을 두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직원들이 속출했고 특히 창의적인 중간 간부들이 퇴사하기 시작했다. 인재들은 노키아를 떠나 애플과 삼성, 블랙베리 등으로 몰려갔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노키아는 조크(joke)폰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애플 아이폰이 세상을 평정한 후인 2008년 말 노키아는 터치스크린폰 제품을 다시 내놓았지만 너무 늦었다. 노키아폰의 운영체계였던 심비안은 구글 안드로이드나 아이폰보다 정교함이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노키아 CEO 엘롭은 “노키아 심비안 운영체계를 버리고 MS 윈도폰을 주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노키아폰의 추락은 한층 가속화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앞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하는 심비안폰을 누가 사겠는가. 8개월 공백은 150년 기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노키아의 멸망 원인은 ‘이카루스의 패러독스(Icarus Paradox)’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결론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깃털로 만든 날개를 밀랍으로 몸에 붙인 다음 하늘을 날지만, 너무 높이 올라 태양의 뜨거운 열에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해버린 비운의 주인공이다. 기업으로 치면 현장의 혁신능력을 상실한 채 스스로 만든 덫에 빠져 망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노키아 공장이 있다. 1984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노키아티엠씨다. 2008년을 전후해 한 해 수출이 40억달러를 기록하고 고용인원이 2000여명에 이르는 등 마산자유무역지역의 주력 기업으로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2년 700명을 감원한데다 수출도 감소해 지난해에는 3억4000만달러로 떨어졌다. 노키아를 인수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노키아티엠씨를 제외함에 따라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현재 직원 수는 200명 정도다. 협력사 종사자는 더 많다.

    노키아의 본산인 핀란드는 한 해 수출의 23%를 노키아 제품이 차지했다. 그 노키아가 망하고 나자 핀란드는 당연히 충격에 빠졌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니 소비는 위축되고 기업가들은 사업을 접는 이가 늘어갔다. 총체적인 디플레이션 사이클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도 기업이나 청년들이 웅크리고만 있을까?

    아니다. 지금은 노키아가 가져다 준 교훈을 깊이 새기면서 제2의 활로를 찾고 있다. 과연 무엇일까? 바로 벤처 창업 붐이 일어난 것이다. 노키아의 기술자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틀어서 벤처기업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맞이한 것이다. 지금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노키아 건재 때보다 더 활기찬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단다. 국가도 노키아에만 의존하다가 자가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감동스럽다. 역시 고난이 기회라고 하더니. 이 교훈이 노키아티엠씨 관계자들에게도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이승윤 경남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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