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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59) 고성 상족암 동굴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

검은 액자에 걸린 바다풍경화

  • 기사입력 : 2014-05-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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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의 해식동굴 안에서 바라본 바다.


    굴 안으로 비릿한 내음을 풍기며 시원한 해풍이 불어온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는 신비의 굴. 그 굴 틈으로 보이는 쪽빛 바다. 유리알 같은 바다는 잔뜩 머금은 바닷바람을 쏟아내고, 1억년 동안 만들어진 절경과 천 가지 만 가지로 모습을 바꾸는 바다를 바라보는 동공은 놀라움으로 금세 커진다.

    봄 같지 않은 날씨에 땀을 흘리며 찾아간 상족암(床足岩). 그곳에 가슴 시원해지는 비경과 고성을 전국에 알린 공룡 브랜드의 역사가 있다.

    고성군 하이면 공룡박물관에 주차를 하고 박물관을 거쳐 찾아간 상족암은 고성의 자랑거리다.

    1억년, 그 무수한 세월을 파도와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만들어진 상족암. 상족암이란 이름은 바위가 밥상 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는 형태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성문화원이 지난해 펴낸 고성문화지도인 ‘스토리텔링 고성의 겉살과 속살을 찾아서’란 책에서 상족암을 살펴봤다. 오랜 해식작용으로 바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두 개의 굴을 받친 4개의 돌기둥이 마치 상(床) 다리를 닮았다고 해 쌍족(雙足) 또는 쌍발로 불렸다고 적고 있다.

    책으로 본 상식을 머리에 넣고 찾아갔지만 빼어난 경치에, 그 의미를 덧대볼 생각이 없어졌다.

    높이는 20여m, 둘레 150m. 거제 해금강처럼 큰 경치에 익숙한 이들에게 좀 작다는 말이 나올 만하지만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주상절리의 암석층을 만지다 보면 “참 멋지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상족암 아래로 뚫린 동굴에는 선녀의 전설이 존재하고 있었다. 해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천연 동굴 안에는 결코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자연의 멋스러운 작품이 지천이다. ‘겉살과 속살’에서 설명한 전설은 태고에 선녀들이 내려와 석직기를 차려놓고 옥황상제에게 바칠 금의를 짜던 곳이 상족굴이며, 선녀들이 목욕하던 곳이 선녀탕이라 전해오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흔적을 쫓으니 돌 베틀 모양의 물형과 욕탕 모양의 작은 웅덩이가 굴 안에 있었다.

    상족암 주변으로는 촛대바위와 병풍바위가 있어 절경을 더하고 있으며, 제주의 올레길에 비할 수는 없지만 상족암에는 바다를 끼고 데크를 걸을 수 있는 ‘상족암 공룡길’도 있다.

    ‘굽이굽이 해안절경을 담고 있어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고성사람들의 칭찬을 머리에 담고 속는 셈 치고 길을 나선다.

    고성 어민들 삶의 터전인 자란만을 바라보는 공룡박물관, 천연기념물 제411호인 고성 덕명리 공룡과 새발자국 화석산지가 있는 하이면과 하일면으로 이어지는 2개 면에 걸쳐 조성된 공룡길은 인공미와 자연미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성인들의 길 자랑이 결코 흰소리가 아님이 확실하다.

    상족암 군립공원 내에 있는 공룡박물관의 야외공원에서 시작되는 상족암길은 해안을 따라 11㎞에 걸쳐 조성돼 있으며 송림이 우거진 병풍바위 부근의 길도 운치가 있다.

    상족암과 둘레길만 보고 돌아서라면 아쉽겠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고성공룡박물관이 부족한 2%를 충분히 채워준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박물관보다는 세계 최대 높이(24m)의 공룡탑에 더 눈길이 간다. 대표적인 공룡 이구아노돈(Iguanodon, 백악기 전기 초식공룡으로 이구아나의 이빨이라는 뜻)을 형상화해 건립된 국내 최초의 공룡박물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공룡 화석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야외공원에는 갖가지 공룡모형과 놀이시설, 공룡전망대 그리고 작은 편백산림욕장이 조성돼 있다.

    공룡공원을 지나 상족암에 이르면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이 수반(水盤)과 같고 해면의 넓은 암반과 기암절벽이 계곡을 형성한 자연경관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공룡발자국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길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불어오는 해풍과 함께 이국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곳을 지나 병풍바위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시기마다 풍광이 변하는 농촌 들녘과 함께 송림숲 속의 산길, 산 중턱을 타고 끝없이 이어진 데크길은 일상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보내기에 충분하다.

    연인끼리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족끼리 돌아볼 수 있는 경남의 비경. 공룡의 역사를 품에 안은 상족암과 공룡길, 그리고 전국에 하나뿐인 공룡박물관. 푸른 5월에 꼭 가볼 만한 곳이다.

    글·사진= 김진현 기자 sport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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