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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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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투명인간 놀이- 강현순(수필가)

  • 기사입력 : 2014-05-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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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체모임에 가 보면 간혹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분명 두 사람이 한 부모의 자식인 친형제임에도 마치 투명인간인 양 서로 모른 체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이다. 같이 살을 맞대가며 구김살 없이 자라던 유년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어디다 내동댕이친 지 이미 오래된 것 같다. 이를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흔히들 기쁜 일이 있을 때면 남들은 건성으로 축하해주고 속으로는 시샘과 질투를 하기도 한다. 슬픈 일에는 위로보다는 자신이 그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안도하는 쪽에 더 비중을 크게 둔다. 그러나 형제들은 자신의 일인 듯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퍼한다. 그게 바로 같은 피를 나눈 끈끈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투명인간 놀이는 대체로 결혼 후에 하고 있다. 그러니까 집안에 며느리와 사위인 새사람이 들어오고부터 친형제의 ‘총소리도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당장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눈앞에 없어서 속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의 행동을 지켜본 자신의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처럼 서로 투명인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 속담에 ‘며느리가 미우면 손자까지 밉다’라는 말이 있다. 투명인간 놀이를 하는 두 사람은 상대만 미워하는 게 아니라 아무 죄 없는 그의 자식과 다른 형제 등 주변사람까지 미워하게 된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는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낄 것이고 훗날 자신들은 가슴을 칠 것이다. 또한 그들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사실이지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직장이나 단체모임에서도 종종 목격하는 것이 투명인간 놀이이다. 사람은 혼자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가족을 만들어 가정이라는 것을 구성하게 되고 사회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가족은 언제나 사랑으로 똘똘 뭉쳐 있는 든든한 우리 편이어야 한다.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들도 가족 못지않게 좋은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 참 소중한 관계이다.

    살아가다 보면 가끔씩 가족이, 직장 동료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이란 공장에서 기계로 똑같이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어서 성격이나 취향이 자신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보면 때론 마찰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 소중한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또 애써 참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할 것이다.

    한 번쯤 조용히 생각해보자. 혈연인 가족이나 그리고 직장동료들은 낯선 곳에서 잠시 스치고 지나는 사람은 분명 아니다. 관계를 끊을 수도 없고 안 만날 수도 없는 사이라면 허구한 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살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란 어느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는 반면에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 하여 속상해하기보다는 곰곰 생각하여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 보자. 오랜 세월 동안 관계를 유지해 왔으므로 잘 알 수 있다. 또한 그와의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마음이 차츰 편안해질 것이며 화해로 가는 지름길도 알게 될 것이다.

    덧없는 세월은 쏜 화살처럼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우리네 인생이 끝나기 전에 한시바삐 가깝게 지내던 소중한 사람과의 ‘투명인간 놀이’ 따위나 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차라리 기쁠 때나 슬플 때 진정 함께할 수 있는 사람 만들기 같은 그런 놀이를 해 보면 어떨까.

    강현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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