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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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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조직 급속 팽창…전문성은 퇴보

  • 기사입력 : 2014-05-11 09: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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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중국어선의 폭력저항에 다치기라도 하면 내 식구 일처럼 안타까워했고 기름 유출을 막으려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쓰며 화물선 구멍을 틀어막은 그들의 사명감에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해경을 응원하던 국민적 성원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걷잡을 수 없는 공분으로 삽시간에 뒤바뀌었다. 해경의 허술한 초동대응과 더딘 수색작업은 국민에게 참담함을 안겼다.

    해경은 최근 10년간 인력과 예산 규모를 배 가까이 늘리며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지만, 조직의 팽창 속도만큼 전문성과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해경의 전문성 저하는 일반경찰이 해경청장직을 거의 독식해 온 관행과도 맞닿아 있다.

    해경청이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독립 외청으로 승격, 경찰청으로부터 독립한 후 18년간 13명의 해경청장 중 해경 출신은 권동옥 전 청장과 현재 김석균 청장 2명뿐이다.

    이런 현상은 현행법상 해경청장을 해양경찰관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해양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는 '해양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라고만 명시돼 있다. 일반경찰이든 해양경찰이든 상관없다.

    차관급인 해경청장직은 치안정감 계급을 보유한 간부가 치안총감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되는데 해경에는 현재 치안정감 계급이 차장 1명뿐이다. 경찰청에는 치안정감 계급이 5명이 있다.

    결국 경찰청 내부에서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치안정감이 낙오하면서 자리를 옮겨 해경청장으로 부임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일반경찰이 해경청장을 맡는 관행은 해경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바다에서 현장 경험을 쌓지 않아도 요직을 맡을 수 있다는 조직 문화가 뿌리내리다 보니 해경 간부들도 고된 경비함정 근무를 자진해서 맡을 필요가 없었다.

    현재 해경 경무관급 이상 간부 14명 중 1천t급 이상 경비함 함장을 지낸 간부는 전혀 없다. 해군의 장성들이 대부분 함장 경력을 보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총경 이상 간부 67명 가운데 경비함정 근무 경험이 없는 비율도 25%(17명)에 달한다.

    해경은 "육군 출신이 해군참모총장직을 맡을 수 없는 것처럼 해경청장은 해경 내부에서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소속 간부에 '해양 DNA'를 뼛속까지 심는 노력은 소홀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드러난 해경의 무기력한 대처는 지휘관의 현장 경험 부족에서 기인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경은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3년 12월 내부무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했다.

    창설 초기에는 해양경비, 어로보호 목적의 기능을 주로 담당했지만 현재 해상범죄 수사, 해상교통안전, 수상레저, 해양오염방지 등 업무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해경청 본청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고 산하에 동해·서해·남해·제주 등 4개 지방해양경찰청, 17개 해양경찰서,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부산 정비창을 두고 있다.

    해양경찰관은 해경공무원 채용 계획에 따라 일반경찰과는 별도로 선발된다. 해기사 면허를 보유한 해양대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일반대학 졸업자도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다.

    해경은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 2005년 차관급 기관 격상 등의 호재를 등에 업고 조직을 키웠다. 여기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도발,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은 역설적으로 해경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요인이 됐다.

    해경 인력은 전국에 1만1천600명, 연간 예산 규모는 1조1천억원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정부 부처 17개 외청 중 인력과 예산 규모가 4위일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다.

    해경은 독도 해역 경비함 삼봉호(5천t급)를 비롯해 전국에서 303척의 경비함정을 운용하고 있다. 항공기는 광역초계기 챌린저호 등 24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경 인력은 해양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의 해상보안청 1만2천800명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해상보안청이 함정 450척, 항공기 70대를 운용하는 점과 비교하면 해경의 장비는 아직도 열악한 수준이다.

    인력 확충보다 장비 보강이 더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작년 해경청 예산 중 인건비는 4천978억원으로 해경 전체 예산의 43%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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