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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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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경남신문 공동기획 '초록기자 세상'] “별빛 가득한 밤하늘 만나고 싶어요”

야간 조명 등으로 ‘빛공해’ 심각
인공빛은 동식물 성장에 악영향
방지 제도 마련·인식 전환 필요

  • 기사입력 : 2014-05-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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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 빛은 동식물의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인공 조명으로 낮처럼 밝은 도시의 밤 거리.



    강수민 초록기자(창원 사파중 2학년)


    학원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무심코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미세먼지로 잔뜩 흐린 하늘이 대부분이고 가끔 맑더라도 별은 어쩌다 몇 개 겨우 찾는 정도다. 동화나 영화 속에 나오는 수없이 영롱한 별들의 반짝임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앞에 펼쳐진 것은 온통 건물을 도배한 듯 뿜어져 나오는 인공 빛이다.

    아름다운 별빛을 가린 것은 바로 이 ‘빛’이다. 밤하늘의 밝기에 영향을 주고, 눈부심이 불쾌감을 준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인공 빛은 동식물의 성장과 정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런 인공 빛의 피해를 빛공해라고 부른다.

    오래전 빛은 경제 발전을 촉진시켰고 지금도 각국이 발전하도록 하는 데 인공 빛은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 빛은 경제 발전에는 기여하지만, 낮보다 밤을 더 환히 밝히면서 많은 동식물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반딧불이가 사라지고, 바다거북은 알을 낳지 못하며, 밤에 꽃이 피는 식물들은 시들어간다. 또 전 세계 사람들의 3분의 2는 별을 보지 못하고, 밝은 도시에서는 그믐날 어두운 밤에도 별을 보기 힘들고, 교외의 시골마을에서도 별의 관측이 어렵다.

    인공 빛에 과다 노출되면 멜라토닌이란 호르몬의 생성이 억제되면서 생체리듬이 변화해 불면증, 피로, 스트레스와 불안 등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암의 발생 확률 또한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너무 센 불빛으로 앞을 보지 못하고,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공항 주변의 밝은 조명으로 활주로 15m 상공에서 비행기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시내에서는 각자 자기 가게를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밤이 되면 간판을 번쩍이고, 심지어 어떤 간판은 낮에도 반짝여 사람들의 눈은 쉴 새 없이 혹사당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빛공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주택 10곳 중 2곳은 빛 공해에 노출돼 있으며, 골목길 가로등은 기준치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빛 공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빛공해방지법은 2009년 9월 국회에서 발의돼 2012년 2월에서야 공포됐다. 이후 1년 뒤인 2013년 1월 하위법령이 공포되고 올해 들어 4월에 한국환경공단에 업무위탁이 된 상태다. 또한 환경부는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지정관리구역을 지정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환경평가를 진행 중인 단계이다. 빛공해방지법이 모든 건물, 광고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건물에 한해 적용되며,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뒤 지정된 곳만 법적 제한을 받도록 돼 있다고 한다. 또 현재 빛공해 방지법은 단속의 근거가 되지 않으며 구청에서는 공문으로 범위 안에서 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고, 기존 광고물의 경우 5년간의 유예 기간이 주어져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법은 있으나 시행은 더디기만 한 것이다.

    좋은 빛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명의 목적과 효과가 효율적으로 달성되는 것이다. 각종 규제로 빛공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공 빛을 만드는 이들이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자제하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친 도시인들에게 오늘의 보람과 내일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을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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