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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정환두(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 기사입력 : 2014-05-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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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제목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한글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은 ‘용비어천가 2장’에 나오는 구절로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는 의미이다.

    나무에 맛있는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기 위해서는 양분을 공급하는 뿌리가 튼튼해야 하듯, 제조업도 품질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뿌리, 즉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스위스의 롤렉스 시계, 독일의 헨켈 칼, 이탈리아의 콜나고 자전거, 영국의 콘웨이 만년필 등 세계적인 명품 탄생의 배경에도 오랜 전통과 기술력을 갖춘 뿌리산업의 장인기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제조산업인 자동차, 조선산업을 예를 들면, 차량 1대당 부품 수 기준 90%(2만2500개)가 뿌리산업에 의해 만들어지며, 선박 건조비용 기준 35%가 용접 비용으로 소모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뿌리산업 규모를 살펴보면, 뿌리기업은 전국에 약 2만5000개 사가 있으며, 이 중 99.9%가 중소기업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56%, 뒤를 이어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이 약 21%를 차지한다. 특히 세계 뿌리산업 시장규모는 약 2000조원(2010년)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3%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러한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1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했고, 2012년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 최근에는 ‘제4차 뿌리산업발전위원회’를 개최해 R&D, 전문인력, 해외진출 등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중기청은 뿌리산업 영위 기업 중 ‘핵심뿌리기술’을 보유하고, 성장가능성이 우수한 기업을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 기술개발, 자금, 인력 등을 별도 또는 우대지원하고 있다.

    경남청에서도 지난해 동 산업의 기술력 고도화를 위해 특화 R&D에 4억원을 지원하고, NH농협은행과 업무협약을 통해 도내 관련 분야 종사자 22명을 일본, 독일, 스위스 등 뿌리기술 선진국으로 연수를 보냈다. 올해에도 한국폴리텍Ⅶ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R&D 및 재직자 전문인력 양성에 4억5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산업이고 정부의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부에서는 뿌리산업에 대한 인식이 철강재료를 굽히고, 붙이는 등의 단순 기술이며, 매캐한 공기와 소음 속에서 일하는 대표적인 3D산업이라고 인식하는 등 저평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동 분야가 취업기피의 대표 산업군으로 인식돼, 생산현장 인력의 고령화나 외국인력 의존도 상승 등의 문제점을 야기시키는 등 뿌리기업이 성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기업들 스스로 소위 ACE(Automatic, Clean, Easy)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하고, 일반인들도 동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취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뿌리산업이 튼튼해지고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뿌리산업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뿌리가 아닌,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거목을 지탱하고 성장시키는 튼튼한 뿌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환두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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