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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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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94) 고성 ④ 마암면 천사의 집~연화산 옥천사 가는 길

산사 가는 길, 곳곳에서 만난 역사의 흔적

  • 기사입력 : 2014-05-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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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군 연화산 옥천사 가는 길에 가지런히 서 있는 석종형 승탑들.
    마암면 신리 천사의 집
    옥천사 일주문

    옥천사 입구의 방생장 비석

    옥천사 계곡의 공룡 발자국
    옥천사 초입 막돌탑



    계절의 여왕 5월은 산도 들판도 바다도 온통 녹색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길 떠나는 나그네의 발걸음이 먹먹하고 답답하며 무겁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로 소중하고 고귀한 어린 생명들이 수학여행길에 쓰러져 갔기 때문이다. 어른이며 교사의 마음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비는 마음이다.

    대형 사건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돈에서 찾는 행복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그동안 대형사고만 하더라도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남영호 침몰, 서해훼리호 침몰, 대구지하철 화재 등 숱한 재난으로 억울한 생명들이 수없이 희생됐다. 재난박물관을 만들어 다시는 처참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세 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원칙과 정직, 공공의 질서를 지키며, 노력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올곧은 사회로 가야 한다. 나라를 걱정하는 어른이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천사의 집, 배치고개

    푸른 녹음이 우거진 마암면 신리 예수의 작은 마을로 가는 길에도 농부들은 퇴비를 내며 농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꽃들도 형형색색 피고 지며 봄이 가득 내리고 있었다.

    입담이 좋던 김석좌 예수의 작은 마을 성당 초대 신부도 현직에서 물러나 다른 사제관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는 작은 체구의 김 신부는 마음이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소떼 시위도 주저하지 않았던 분이다. 예수의 작은 마을 성당 시제관 어은곡저수지와 연화산 자락 동화 속 같은 사제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김석좌 신부의 이야기를 들었던 일이 고스란히 세월 속에 묻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예수의 작은 마을 성당 인근에 천사의 집과 천사들의 영보작업장이 있다. 천사의 집(원장 이중기 신부)에는 지적장애를 가진 60명의 천사들이 생활하고 있다. 천사의 집 앞에서 만난 사무국장은 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인을 보호하고 수용하는 곳이 아니고,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했다. 천사의 집에 있는 사람들은 봉사받고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을회관 청소도 하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밭도 일구고, 때로는 작업을 해서 모은 작은 정성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도와주기도 한다.

    우리 학교에도 지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급이 있다. 2011년 처음 3명의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으로 입학을 했을 때 일반 아이들과 잘 어울릴까 싶고, 혹여 놀림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를 했다.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곳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특수학급 담당 김남영(37) 교사는 연수를 통해서 지적장애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일반 아이들은 물론, 우리들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전교생들에게 김 교사의 말을 전하고 함께 사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자고 했고 그렇게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6명의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현재 3명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놀림을 당하거나 학교폭력에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

    고요함과 행복이 가득한 천사의 집을 나와 지방도로 1007번을 따라 연화산 옥천사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옥천사가 있는 개천면과 마암면을 가르는 경계지점이 배치고개이다. 배치고개는 낙남정맥이 지나는 곳으로 아들과 추억이 있는 곳이다. 낙남정맥은 낙동강의 남쪽에서 시작해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말한다.

    배치고개는 창원의 대곡산 마장고개, 무량산을 거쳐 연화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2001년 2월 1일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늦겨울날 일행 25명과 함께 낙남정맥 종주 12구간을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아들 심창보(14)군과 함께했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갔던 아들의 발에 탐티재에서부터 물집이 생기더니 결국 배치고개에서 포기하고 산행을 하던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시골길을 따라 내려왔다.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이지만 배치고개를 넘을 때마다 행복한 추억이 소중한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 행복을 저축해 둬야 한다. 그래야 어렵고 힘든 삶으로 지치고 힘들 때 지탱해 주는 소중한 버팀목이 된다. 아름다운 추억이 항상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때로는 공부 때문에 미루지 말고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세월이 흘러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은 커서 저 멀리 가 있다.


    ◆방생장 비석과 돌탑, 옥천사 계곡의 공룡발자국

    배치고개에서 잠시 추억을 새기다 길을 재촉하면 연화산에서 발원해 좌련지에서 물을 모아 흐르는 영오천이 따라온다. 북평마을 어귀에는 연륜이 높은 느티나무가 하천변에 쉼터를 만들어 놓아 잠시 한가로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북평마을 쉼터를 지나 옥천 삼거리에서 옥천교를 건너면 옥천사 이정표가 절집이 가까이 있음을 알려준다. 걸으면 15분쯤 걸리는 여유를 누리면 농사 준비에 분주한 들판 사이에 찻집, 식당들이 있고 옥천사 주차장과 집단시설지구가 있다.

    주차장 입구 왼편에 방생장 비석과 돌탑들이 있다. 방생이란 잡은 물고기·새·짐승 등의 생물을 놓아줘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불교도들이 살생이나 육식을 금해 자비를 실천하도록 하는 뜻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이곳이 옥천사의 초입이고 옆에 옥천사 계곡이 있으니 방생의식을 했던 모양이다.

    비석에 붉은색 한자로 <숭정 기원 후 4신유 4월>이라 쓰여 있다. 즉 1861년 4월이라는 뜻인데 숭정은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 의종의 연호로 1628년부터 1644년까지 쓰였다. 4신유는 1628년 이후 신유년이 4번째라는 뜻으로 계산하면 1861년이다. 그런데 명나라가 멸망한 후 지금까지 숭정 연호를 사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옥천사 계곡의 공룡발자국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는 아래쪽 암반에 소형 용각류(sauropoda. 잡식성 공룡) 보행렬 5개가 줄지어 있다. 변성암 암반은 단단해 풍화엔 강하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해 발자국 모양이 뚜렷하지 않다. 발자국들은 불규칙하게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잘 연결해 보면 공룡이 걸어간 발자국이다. 고성은 세계 3대 공룡발자국 산지에 속하는 곳으로 공룡나라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옥천사 주차장에는 주말이면 전국에서 등산객들을 태우고 온 버스들이 즐비하다. 위험한 가스 용기를 싣고 와서 주차장 버스 주변에서 음식을 만들어 가무와 음주를 하는 모습들이 일상화돼버렸다. 그러나 지도 단속의 손길은 없었다. 대형사고가 나야 뒷북을 치는 행정이 아니었으면 한다. 주차장 집단시설지구를 벗어나면 연화산에서 옥천사를 적시고 계곡을 따라 흘러온 물이 옥천저수지에 가득하다.


    ◆옥천사 가는 길, 일주문과 부도전

    매표소를 지나 왼쪽으로 난 오르막길이 옥천사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에는 작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옥천사의 진정한 순례와 건강을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걷는 데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길이 옥천사까지 이어진다.

    초입에 있는 옥천사 안내판 옆에는 중생들의 염원을 담은 막돌탑이 가지런하다. 막돌탑은 특별한 형식 없이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주변에서 주운 돌을 올려놓으며 저마다 염원을 빌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막돌탑은 마을 어귀 서낭당이나 길을 가던 오솔길에 돌무더기가 있었고 길을 먼저 간 일행이 지나갔음을 알리는 통신수단으로 활용됐다.

    막돌탑을 지나면 1984년에 지어진 ‘연화산 옥천사’ 현판이 붙어 있는 일주문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속삭이는 행복한 아름다운 숲길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오솔길을 오르다 쉴 때가 되면 갈증을 풀어줄 샘터를 만난다. 맑은 샘물을 바가지에 담아 마시니 시원한 물맛이 마음의 때까지 씻어주는 느낌이다.

    왼편 낮은 언덕에 연화산 옥천사 사적비와 옥천사와 인연이 깊었던 승려들의 석종형 승탑(부도)들이 정적 속에서 가지런히 옥천사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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