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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61) 창원 팔용산 돌탑

초록숲 그늘 아래 우거진 돌탑숲

  • 기사입력 : 2014-05-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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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팔용산을 오르면 돌탑군을 만날 수 있다. 좁다란 계곡길 양쪽에 1000여개의 돌탑이 우뚝우뚝 줄 지어 서 있다.


    팔용산(八龍山·328m)은 창원 도심부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비교적 큰 산이다. 무난한 등산코스와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 팔용산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등산 마니아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산이다.

    팔용산 산행길은 부담이 없어 초보는 물론 청소년·노약자도 큰 무리 없이 등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묘미이다. 산 정상을 오르면서 볼 수 있는 창원 차룡단지의 바쁜 풍경, 양덕동 교육단지 주변의 차분한 풍경, 마산역과 기찻길이 전해주는 풍경 등 옛 창원·마산지역 풍경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것도 팔용산 등반의 매력이다.

    팔용산에 있는 봉암수원지와 수원지 주변으로 조성된 데크로드는 팔용산이 등산뿐만 아니라 산책과 여유를 통한 힐링공간으로 인기를 끌게 만든다.

    근데 팔용산에는 또 다른 매력적인 공간이 있다.

    팔용산 돌탑.

    이 돌탑을 찾으면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돌탑의 크기는 마이산보다 작지만 탑을 만든 정성과 제각각 탑의 위용은 결코 뒤지지 않는 느낌이다.

    이 돌탑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정우맨션 뒤편에서 400m쯤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입구에 주차장도 있고 큰 포구나무와 정자도 있어 시각적으로 편안하다. 또 돌탑 입구를 정비하면서 만든 대형 돌탑 3개가 있어 이곳이 돌탑공원임을 알리고 있다.

    재잘대는 새소리와 비온 뒤 들을 수 있는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하면 숲이 전해주는 피톤치드를 한껏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벌목 무덤이 많이 있어 첫인상이 조금 거슬릴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300m 정도 올라가면 ‘성황당 돌탑’을 먼저 만난다. 성황당 돌탑은 예고 없이 탑의 무리가 나타나면 당황할지 몰라 여기서부터 돌탑의 영지임을 알려 탐방객의 마음을 가다듬으라고 이르는 안내자 역할을 한단다.

    성황당 돌탑을 지나 70여m를 더 올라가면 ‘아기돌탑’이 나온다. 아기돌탑은 그야말로 아기처럼 작은 돌탑이다. 탐방객이 마음의 준비 없이 돌탑을 구경 오면 수많은 돌탑이 놀랄까 봐 돌탑군에 어디서 누가 왔다고 소식을 전하는 연락병 역할을 한단다.

    아기돌탑을 지나면 산을 오르내리는 데크길과 계곡길 방향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계곡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돌탑군이 나타난다.

    좁다란 계곡길 주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돌탑들의 행렬. 어림잡아 1000여개의 돌탑이 우뚝우뚝 서 있다.

    돌탑은 이 산자락 양덕동에 거주하는 이삼용(63)씨가 지난 1993년 3월 23일부터 20년 가까이 이산가족의 슬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돌 하나하나에 지극정성을 담아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돌은 팔용산에서 나온 돌을 모아 쌓았고 돌이 모자라면 배낭으로 한 번 두 번… 등짐으로 날라 쌓았다.

    남효숙 창원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돌탑은 지난 2003년 강한 비바람을 동반했던 태풍 ‘매미’ 때도 끄떡없이 견뎠다”면서 “돌탑을 조성한 분의 정성과 그 뜻을 등산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는 약수터가 있다. 한 바가지 약수로 갈증을 풀고, 돌탑군을 우선 휙 한 번 돌아보면 수많은 군상들이 “어서 와”라는 목소리로 반기는 듯하다.

    약수터 오른쪽에는 ‘경상남도의 지도’를 닮은 대형 ‘경상남도 모형돌’이 있어 등산객들의 애향심을 자극한다.

    더욱이 이곳에는 ‘신비의 역고드름’을 만든 자그마한 골이 있다. 슬슬 더워지는 요즘 이 역고드름 골에 몸을 맡기면 에어컨 바람처럼 선선한 골바람을 느낄 수 있다.

    산을 계속 오르면 돌탑을 계속 만난다. 계곡길 양쪽으로 도열해 등산객을 맞이하는 돌탑, 서로서로 마주보며 토론하는 모습의 돌탑, 도깨비 뿔 같은 돌탑, 상투를 튼 삼촌의 심드렁한 표정을 한 돌탑에서부터 아기탑·어른탑·형님탑 등 평생 볼 돌탑을 한꺼번에 만난다.

    수많은 돌탑과 그 돌탑이 전해주는 기운으로 자신이 등산객이라는 사실을 잊고 자칫 도인이 된 듯 착각이 들 수도 있으니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계곡길로 계속 올라가면 데크로드를 만나는데, 여기서 아래로 내려가면 내리막길로 쭉 펼쳐져 있는 돌탑군상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이 돌탑군은 지난 2009년 5월과 2011년 5월 두 차례 누군가에 위해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바쁜 도시인이라면 돌탑만 구경하고 바로 하산해도 되지만, 마음먹고 찾은 팔용산이라면 정상까지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건강을 위한 탁월한 선택이 된다.

    지금 팔용산은 신록과 어우러진 돌탑의 비경과 그 탑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기 참 좋은 계절이다.

    글=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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