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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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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연원유자(淵源有自)- 근원이 유래가 있다. 모든 일은 다 뿌리가 있다

  • 기사입력 : 2014-05-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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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晋州)에서 남강(南江)이 동쪽으로 흐르다가 의령의 입구인 정암(鼎巖)에 이르면, 강 가운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 바위 이름이 정암이다. 의령과 함안(咸安) 사이에 있다.

    전설에 이 바위에서 30리 안에서 세 명의 부자가 나온다고 했다. 과연 해방되고 나서 세 명의 큰 기업가가 나왔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이 된 삼성(三星)그룹의 창업자 호암(湖巖) 이병철(李秉喆), LG그룹의 창업자 연암(蓮庵) 구인회(具仁會), 효성(曉星)그룹의 창업자 만우(晩愚) 조홍제(趙洪濟)씨 등이다. 이병철은 의령, 구인회는 진주, 조홍제는 함안 출신으로 각각 태어난 고을은 다르지만, 모두 ‘지수(智水)보통학교’를 다녔다.

    이들은 다 유가(儒家) 출신으로 조부나 부친이 유학자였고, 시문(詩文)에 능해 문집을 남겼다.

    그 가운데 구인회의 조부 만회(晩悔) 구연호(具然鎬)는 성재(性齋) 허전(許傳)의 제자로 문과에 급제하여 교리(校理) 등의 벼슬을 지냈다. 1910년 나라가 망한 뒤에는 독립자금도 대며 지조를 지켰다. ‘만회집(晩悔集)’이라는 문집을 남겼다.

    구인회씨는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였고, 자녀의 혼인 등에도 반드시 학문 있는 집안과 혼인을 맺으려고 애썼다.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미처 학교를 세우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그 맏아들 구자경(具滋暻) 회장은 젊은 시절 사범학교를 나와 고향에서 5년간 교사생활을 하다가 부친의 부름으로 기업에 뛰어들었다. 항상 학문을 중시하고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1970년 럭키금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구자경 회장은 73년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 진흥’이라는 구인회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학교법인 ‘LG연암학원’을 설립했다. 이듬해 5월 10일에는 충남 천안에 농·축산 전문대인 ‘천안연암대학’을 직접 세웠다. 그 후 10년 뒤인 1984년 5월 9일에는 진주에 ‘연암공업대학’도 설립했다.

    구자경 회장의 교육 의지가 담긴 천안연암대학과 연암공업대학이 올해로 각각 개교 40주년과 30주년을 맞았다. LG연암학원이 지금까지 두 대학에 지원한 금액은 총 2700억원에 이르고, 40년간 배출한 졸업생만 2만3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진주에 있는 연암공업대학은 개교 때부터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 매년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연암공업대학은 지난해 기준 취업률 84.6%로 전문대학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암문화재단, 연암장학재단, 연암학술재단 등을 만들어 장학과 학술연구를 지원하고 있고, 각 지역에 도서관을 지어주고, 각 대학에도 많은 기금을 내놓고 있다.

    기업가가 학문과 교육의 가치를 알고 지원하는 것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다. 다 그 근원이 있는 것이다.

    *淵: 못 연. *源: 근원 원. *有: 있을 유. *自: 스스로 자, 근원 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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