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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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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참새와 방앗간

  • 기사입력 : 2014-05-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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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짹!짹! 아침이 밝았구나. 오늘도 방앗간에서 먹이를 먹어야지.


    내가 눈치가 100단이야. 굶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게 눈치야. 자~ 상황 파악부터 하고.
     

    저 쌀겨 봐. 방앗간 식탁은 늘 푸짐해.

    아이구 놀래라. 요놈의 닭, 오늘도 못 먹게 하네.일단은 피하고 봐야지.

    걸음아 나 살려라.

    날개야 나 살려라.


    휴, 살았다. 눈치 주는 놈들이 사라졌구나.


    이제 맘 편히 먹자구. 사람들도 우리처럼 눈칫밥 먹고 살겠지. 참새들의 삶과 사람들의 삶이 다르지 않아. 그러니까 너무 서글퍼하진 말자구. 짹!짹!



    ‘호시탐탐 노려야 산다.’ 저 밥그릇을. 참새 한 마리가 먹이가 가득 담긴 모이통에서 배부르게 먹고 있는 닭과 오리, 칠면조들을 부러운 듯 지켜보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 환경스쿨 앞에 있는 방앗간의 풍경이다. 닭과 오리들은 방앗간에서 쌀을 찧고 남은 쌀겨가 넘쳐나 먹을거리에 부족함이 없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친다면 참새가 아니다. 하지만 몸길이 14㎝ 정도밖에 안 되는 참새

    에겐 덩치가 큰 닭과 오리는 위협의 대상이다. 먹기는 해야 되고, 산만 한 녀석들이 버티고 있으니….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굶지 않기 위해 참새는 머리를 굴린다. 바로 눈치다. 체면이 구겨져도 된다.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도 젓국을 얻어먹는다’는 속담처럼. 앙증맞고 귀여운 참새가 선보이는 눈치 100단의 모습을 지켜봤다. 우습고도 슬픈 참새의 모습에서 문득 ‘눈칫밥 인생’을 사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글·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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