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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곱기도 해라, 천연염색 체험

곱기도 해라, 말갛게 물든 자연

  • 기사입력 : 2014-05-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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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군천연염색연구회 회원들이 쪽하담 조정란 원장(왼쪽 두 번째)의 설명을 들으며 쪽 염료 끓이기에 열중하고 있다.
    염료를 흡착시키기 위해 염액에 담근 직물을 뒤적거리며 주무르는 과정.


    오뉴월은 한여름 뙤약볕으로 익어가는 봄햇살이 자연을 한층 빛나게 하는,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록과 더불어 다채로운 꽃색이 햇빛 아래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고 금박을 입히지 않아도 빛나는 자연은 온갖 볼거리에 지친 사람의 눈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색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선물입니다.

    그런 자연색을 흰 천에 입히는 작업이 천연 염색입니다. 풀잎, 열매, 뿌리, 나무껍질, 곤충, 황토 등을 이용해 자연의 빛깔을 닮아 화려한 듯하지만 튀지 않는 순한 색을 만들어 냅니다. 차분하면서도 매혹적인 색을 내는 천연 염색의 주인공은 염료 재료만이 아닙니다. 물과 불, 햇빛과 바람이 거들지 않으면 자연의 색을 만들지 못합니다. 푸른 쪽물이 뚝뚝 떨어지는 염색천을 햇빛에 널어 말리면 축 처졌던 옷감이 바람에 건덩거리다 점차 제 빛깔을 찾아가는 신기한 과정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색을 내는 데 자연의 원기가 총동원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인체에도 유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염료에 따라 천연 염색물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항균, 항알레르기, 악취 제거,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웰빙과 무관하지 않다 보니 찾는 이가 늘고 있어 의복뿐 아니라 침구류, 가방, 액세서리에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제품으로 전시된 고가의 천연염색 상품을 눈요기하다 체험장에 가서 한번 해보면 어떨까 마음을 내봅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양파껍질이나 포도껍질을 재료로 하는 간단한 염색은 집에서도 가능하다고 하니 체험장 나들이가 더 요긴하게 느껴집니다. 봉선화 꽃잎을 찧어서 손톱에 올려 놓고 어떤 색이 나올까 설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체험장으로 향합니다. 제대로 배워서 흰색 면 티셔츠 정도는 쪽빛 파랑색으로 멋들어지게 물들여 볼 수 있지 않을까 욕심도 부려봅니다.

    글=황숙경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지난 22일 농촌진흥청 지정 함안군농촌교육농장 ‘쪽하담’을 찾았다. ‘쪽물에 하늘 담그기’를 줄여 ‘쪽하담’이라고 체험장 이름을 붙였단다. 마침 함안군천연염색연구회 회원들의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염료를 끓이고 있는 회원들 사이를 누비며 강의하고 있던 조정란 원장의 배려로 기자도 체험에 동참했다. 앞치마에 고무장갑, 그럭저럭 물장이 차림을 갖추고 염료액이 끓고 있는 후끈한 체험장에서 이것저것 신기한 과정을 눈여겨보았다.



    천연 염색의 원리는 재료에서 추출한 염액즙에서 섬유 표면에 염료 분자가 확산, 흡착되도록 해서 색을 내는 것이다.

    염료는 크게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체로 쪽, 양파, 치자, 감, 소목, 쑥 등 식물성 염료를 많이 쓴다. 동물성 염료로는 분홍색이나 붉은색을 낼 때 쓰는 코치닐(연지충)과 보라조개(군소)가 있고, 대표적인 광물성 염료로는 황토가 있다.

    재료마다 본연의 색이 있는데 가장 흔히 쓰는 재료가 쑥, 양파껍질, 소목, 쪽, 포도껍질 등이라고 한다. 각각 녹색,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을 낸다.

    효과적인 염색을 위해 매염제를 쓰는데 백반, 석회, 잿물, 철장액, 동매염액 등을 사용한다. 백반은 약국에서, 잿물과 철장액은 화공약품 상가에서 구할 수 있다. 철 매염제는 식초에 녹슨 못 등 철제품을 넣고 끓여서 우러나온 물을 써도 된다고 한다. 매염 방법으로는 염색에 앞서 매염처리를 하는 선매염, 염색제와 매염제를 같이 넣고 하는 동시매염, 염색한 뒤 처리하는 후매염이 있다. 같은 염료일지라도 사용하는 매염제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매염 순서를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서도 색이 달라지고, 염색하는 사람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고 한다. 원하는 색을 얻으려면 스스로 여러 차례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쪽하담에서는 양파껍질로 노란색을, 쪽으로 파란색을 내보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천연 염색물은 기품 있고 아름답습니다. 원하는 색을 내기 위해서는 염료 본연의 색을 알고 염색 기술을 제대로 익혀야 합니다. 그만큼 실제 체험이 중요합니다.”

    조 원장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다양한 질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공을 들여 몇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혹여 망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는 눈치들이다.

    시간을 재고, 염액이 거품이 나는지 살피고 제법 집중력이 필요해 보였다. 염액이 완성된 후 70~80℃ 정도의 뜨거운 염액에 천을 넣고 주무르는 과정을 거친다. 목장갑에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도 뜨거움은 가시지 않고 30분 이상 주무르고 누르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허리 아프다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물과 불의 조화,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지만 화학염색에서는 볼 수 없는 맑고 투명한 느낌의 색을 만들어 냅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자연스러워져요.”

    조 원장의 격려에 힘입어 염색한 천을 헹구고 비틀어 짜는, 힘 쓰는 단계를 몇 회씩 반복하며 완성천으로 무얼 할지, 어떤 색이 나올지 기대감에 부푼다. 그런데 더 이상 진해지지 않는다 싶을 즈음 각자 건져낸 직물의 색깔에서 조금씩 농도의 차이가 느껴진다.

    “저 색이랑 다르잖아. 똑같이 했는데 왜 이렇게 달라요? 거, 신기하네.”

    어설픈 신참들에게는 똑같은 과정을 거치고도 나오는 미묘한 색의 차이가 재미있게 느껴지는지 서로의 작품을 비교하느라 한바탕 시끌시끌해졌다. 조 원장의 마무리 설명이 이어졌다.

    “염액의 농도와 염액에 몇 번을 담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 당연하고, 얼마나 조물조물 만져 주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한마디로 염색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색은 달라진다는 거지요.”

    천연 염색의 마지막 순서는 널어 말리기. 바람과 햇빛이 있는 마당에 장대를 받치고 각자 작업한 천들을 널어 말린다. 양파 염색물과 쪽물 들인 천이 서로 닿지 않게 구역을 나누어 널었다. 마르기 전에 서로 닿으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단다.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모두 끝나고 각자 염색한 천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여유를 갖는다.

    블라우스용 인견이든 앞치마용 광목이든 이제 바람과 햇빛이 한 역할을 할 차례이다. 불그스레한 노랑과 짙은 쪽빛 파랑이 마당 가득 일렁거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귀한 체험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양파껍질 염색’

    △준비물= 마른 양파껍질 1㎏, 백반 0.5g, 염색할 광목, 앞치마, 고무장갑.

    ①염색할 광목을 물에 적셔 탈수해 둔다.

    ②백반을 따뜻한 물 2ℓ에 녹여 백반 수용액을 만들어 둔다.

    ③양파껍질을 깨끗이 씻어 물 20ℓ를 넣고 1시간 정도 붉은 색이 나게 삶아 채에 받쳐 1차 염액을 걸러낸다.

    ④1차 염액을 걸러낸 뒤 다시 양파껍질이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30분간 끓인 후 2차 염액을 걸러낸다.

    ⑤1차, 2차 염액을 합친 후 준비된 직물을 담가 20~40분간 골고루 뒤적이며 주무른다. 염액이 따뜻한 상태에서 작업하면 더 염색이 잘된다.

    ⑥건져서 꼭 짠 다음 천이 잠길 정도의 물을 섞은 백반 수용액에 담가 매염처리한다.

    ⑦ ⑤⑥의 방법을 3회 이상 반복한다. 횟수를 늘릴수록 짙은 황금빛 노란색을 낼 수 있다.

    ⑧깨끗이 헹궈서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드는 곳에 널어 말린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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