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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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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해양공원 돝섬 시(詩)를 품다- 이광석(시인)

  • 기사입력 : 2014-05-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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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등산로 공원 산책로에는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의 시비, 문학비, 기념비 등이 줄지어 세워지고 있다. 내 고장 작가들에 대한 문학적 긍지와 소박한 애향심의 표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가 흐르는 서울’이라는 표제를 걸고 서울 각 지하철역을 비롯해 다중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500여 편의 전국의 시인들이 함께한 시의 깃발을 내걸었다. 팍팍한 일상성에 함몰된 시민들에게 한 가닥 정서적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또 ‘지하철역 이름을 꽃 이름으로 하자면서 목련역, 개나리역, 라일락역, 들국화역…’ 그래서 서울지하철이 꽃 피는 지하철이 됐으면 좋겠다는 시인도 소개됐다.

    때마침 역사와 문화의 섬 돝섬이 해양공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새롭게 태어났다. 20여 년 만에 다시 열리는 돝섬비엔날레(9월 예정)와 발맞춰 ‘시와 함께하는 산책길’이 마련돼 시민들의 정서적 위안을 주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돝섬 뒤편 아늑한 숲길에는 고운 최치원의 학덕과 월영대를 읊은 퇴계 이황 등 열 분의 한시 10편이 목비에 새겨져 있고 황금돼지상 옆쪽 오솔길에는 이광석(돝섬), 하길남, 이우걸, 오하룡 등 지역 원로 시인들의 시비가 10편 세워져 한시와 현대시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어머니 같은 가고파의 잔잔한 바다를 품고 천혜의 경관을 거느린 도심 속 해양공원으로서 1899년 개항과 더불어 세계를 향해 물길을 여는 한편, 산업화 민주화의 격동기를 묵묵히 지켜본 역사의 증인이기도 한 돝섬. 온화한 기후, 인정, 멋과 낭만, 술과 휴양의 도시, 꽃의 도시로서 그 명성을 이어오게 했던 문화유산적 가치도 높다. 한국 인문학의 연원지로 기록된 고운 최치원의 월영대를 비롯한 노산 김춘수 조두남 문신으로 굵은 획을 던진 예향의 고장이요, 문향의 성소가 그 화답이다.

    구체적인 예로서 1990년대는 돝섬 비엔날레가 처음 이곳에서 열렸고, 문학과 독자의 만남 100회 기념 전국문학축제, 그리고 국제연극제 화려한 전야제 축포도 돝섬 밤하늘을 수놓았다. 몇 차례나 이어진 시낭송 무대, 주부 백일장 등은 추억 속의 문화수첩으로 남아 있다.

    누가 뭐래도 돝섬은 마산시민들에겐 보물섬이나 다름없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멸치잡이 어장이 있었고 민가도 몇 채 있었다. 면적은 3만4000평, 남이섬 14만5000평, 외도 2만2000평에 비해 그렇게 왜소한 편은 아니다. 요즘도 주말이면 700~800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발견은 정상 부근 숲 속에는 노루가 몇 마리 그리고 청설모도 심심찮게 눈에 밟힌다는데 인근 가포 쪽 야산에서 헤엄쳐온 반가운 새 식구가 아닌가 싶다.

    돝섬이 해양공원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시민들의 관심도 제고와 친환경적 개발 접목이다. 시멘트와 철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친화적 자연생태학적 접근이야말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 중심에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아트 파크로서의 작은 울림을 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와 함께하는 산책길’을 가꾼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정성이라고 본다. ‘시가 흐르는 창원’의 주제답게 산호공원 시의 거리, 상남동 고인돌 공원 시비, 마산 임항선 시의 거리 시비 등 문향 마산의 긍지를 새롭게 조명하는 푸른 깃발이 되기를 응원한다. 이 같은 발상의 연장선에서 돝섬 전국시인대회를 기획해 보는 것도 매우 유익한 축제가 되리라고 본다. 돝섬은 민주성지 마산의 영원한 솟대다.

    이광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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