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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살고 싶은 집' 한옥열풍

전통주거공간→ 체험관광지→ 살고 싶은 곳 ‘한옥은 변신 중’

  • 기사입력 : 2014-06-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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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 개평문화마을 전경.
    전주한옥마을
    서울 북촌한옥마을


    들쭉날쭉 한옥지원정책

    한옥지원법 제정 추진중이어서
    지자체마다 조례 만들어 시행
    조례없는 곳 많고 기준도 제각각



    경남 한옥사업 실태

    도내 54곳 한옥체험업소로 지정
    지난해 2만7000여명 다녀갔지만
    숙박시설 부족, 콘텐츠도 획일적



    한옥보급률 높이려면

    한옥 표준화해 건축비 낮추고
    법규 정비해 재정지원 확대
    전문인력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한옥체험 관광이 늘어나고, 일반인들의 한옥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 우리의 전통 주거형태인 한옥에서 살기를 원하는 정주형으로서의 ‘한옥 열풍’도 불고 있다.

    하지만 체험관광지를 일회성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주거용으로서의 한옥은 고비용·저효율적인 단점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어 한옥의 활성화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게다가 전국의 지자체에서 의욕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한옥마을도 삐걱거리는 곳이 많아 한옥 붐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실정이다.



    ◆한옥 관련 정책과 문제점은

    한옥에 대한 정책적인 제도 정비는 현재진행형이다.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각 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체계적 지원을 위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지난 4월에서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이다. 따라서 자치단체별로 지원기준이나 규모가 다르고, 아예 조례가 없는 지역도 있어 체계적인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은 경남도가 지난 2009년 12월 31일 ‘경상남도 한옥 지원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지원 규모는 한옥 신축(개축 포함)의 경우 총 공사비의 2분의 1 범위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보조 또는 최대 3000만원까지 융자 지원한다. 또 거제시, 창녕군, 하동군이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시·군은 경남도 조례에 맞춰 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전통한옥 체험숙박시설 운영지원 사업과 고택·종택 명품화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도내 4개소가 선정돼 시설 개·보수와 체험프로그램 운영 지원을 받는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 시·도지사가 한옥 건축이나 한옥마을의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기술이나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한옥마을을 조성할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해당 지역에 있는 도로나 전기,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 설치·정비에 먼저 나서게 된다. 국토부 장관은 한옥 보전·진흥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가한옥센터를 설립하거나 공공기관을 국가한옥센터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또 국가나 지자체는 한옥 설계·시공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산업 육성, 한옥건축양식 확산 등에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한옥의 관광자원화

    한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국내에서도 휴일을 이용해 문화를 접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됐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한옥체험 프로그램 등 실생활 적용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광부는 2004년부터 주로 오래된 한옥과 종택 스테이(체류) 지원을 통한 한옥 체험기회 확대와 해당 프로그램 개발, 한옥 서포터스 운영 등 한옥의 관광자원화에 중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옥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사업은 민박시설 확충에만 편중돼 있고 체험 프로그램 역시 획일화된 유형이 반복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강민 건축도시건강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은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과거의 모습을 반복해서 체험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현대적 감각으로 융합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한옥 관광지로 이름난 곳은 서울 북촌과 안동 하회마을, 전주 한옥마을 등이다. 그중에서 한옥의 관광자원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추진한 곳으로 꼽히는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다.

    전주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있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풍남동과 교동 일대 29만6330㎡에 한옥이 700여 채나 밀집돼 있다. 지난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돼 2007년 대통령자문위원회 ‘지속 가능한 마을’로 선정됐다. 이어 2010년 ‘한국관광의 별’과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2012년에는 지방브랜드 세계화사업 시범사업으로 부상되더니 2013년에는 국토교통부에서 마련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선정됐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도시 한옥의 특성을 지닌 건축물과 골목길이 잘 보존돼 있는 데다, 전주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체류형 관광지로 안성맞춤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주한옥마을 방문객은 지난해 500만 명을 넘어섰다.

    조영호 전주시 관광마케팅 팀장은 “전주 한옥마을은 한스타일 콘텐츠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설명하고 “한식, 한옥, 한지, 한복에 판소리까지 갖춰 지역 차원을 넘어 세계화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의 한옥 사업은

    경남지역 한옥체험업소로 지정된 곳은 54개소이다. 지역별로는 거창군이 20곳으로 가장 많고, 산청군 12곳, 함양군 5곳, 하동군 4곳 순이다. 54곳 중 16곳이 한국관광공사에서 한옥 스테이(우수 한옥숙박업체)로 인증받았다.

    지난해 도내 한옥체험업소 이용자는 2만7000여명으로 2009년 1130명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숙박시설 부족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특색 있는 체험프로그램 미비 등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의 북촌, 안동 하회마을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한옥체험업에 지원된 예산은 국비 1억9000여만원, 도비 3300여만원, 시·군비 7800여만원, 자부담 6700여만원 등 총 3억7000여만원이다.

    경남도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자가 가장 많은 곳은 김해한옥체험관으로 7255명이다. 다음은 거제 소낭구펜션 3990명, 함양 정일품농원 2500명이다.

    경남도는 한옥체험업 운영자의 고객서비스 마인드를 함양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3월 함양 지곡면 개평문화마을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도내 한옥체험업 지정 한옥 대표자 및 18개 시·군 한옥체험업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한옥체험업 운영자의 고객서비스 마인드를 함양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남의 한옥사업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특색 있는 자원 발굴과 시설을 부각하고 접근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교통체계 개선과 지역문화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옥은 문화력이며, 이런 문화력으로 만드는 경쟁력이 지역의 경쟁력이다”며 “한옥이라는 문화력 위에 스토리를 만들고 문화와 역사를 연계해 체험형 축제와 관광으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옥 보급 사업은

    한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돼 희망거주 주택유형으로 한옥을 선택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어서는 등 한옥 선호도가 높아가고 있지만 보편적인 주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점은 건축비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의 3.3㎡당 건축비는 300만원 선인데 비해 한옥은 3.3㎡당 1000만원 정도이다. 현재 경남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해 주며 한옥 건립을 독려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이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남도도 문광부의 시범사업으로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한옥 지원사업을 시행했지만 올해는 예산이 없어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옥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옥의 현대화,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옥 표준화를 통해 한옥 건축비를 3.3㎡당 500만~800만원까지 낮추고 있는 하루한옥 박재원 대표는 “대청마루와 골조, 벽체, 문틀 등 주요 부분을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20~30일간 조립해 완공하는 방식인데, 전통한옥은 영세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진행돼 불필요한 낭비가 많았다”며 “설계부터 시공까지 표준·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공사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옥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문인력 부족이다. 한옥을 짓는데 동원되는 인력 대부분은 기존의 도제식 현장교육을 통해 기술을 전수받거나 2~6개월 과정의 사설 한옥학교를 이수한 사람들인데, 공인된 자격이 없고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숙련도가 천차만별이다.

    국토부에서는 2011년부터 한옥건축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옥설계전문과정, 한옥시공관리자 과정, 대학생 여름 한옥캠프를 하고 있는데 명지대, 전북대, 경상대, 건축사협회에서 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남해경 전북대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장은 “한옥 건축 활성화를 위해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제도·법규 등의 지원정책도 따라야 한다”며 “한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한옥 연구센터 설립과 지속적인 전문 인재양성 사업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한옥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도 있다. 락고재 부설 안동한옥학교이다. 안영환 안동한옥학교 이사장이 한옥 건축 대목 양성을 통해 인력 수급의 원활함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했다.

    안 이사장은 “지속적인 대목 양성으로 공사 현장에 숙련 인력을 공급하고 심화·인턴과정을 도입해 한옥 시공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있다”며 “기존 한옥 건축학교와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이다”고 말했다.

    한옥이 지닌 많은 단점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옥의 정서와 미학을 아끼는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아 복합문화상품으로서 큰 가치가 있어 한옥 건축 및 한옥마을 숫자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민 센터장은 “문화재급 한옥은 다소 생활의 불편이 있더라도 옛 생활 모습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원형을 보존하는 데 힘써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한옥에서는 현대적 삶에 맞춰 각종 설비를 개선하고 주거로서의 성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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