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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95) 고성 ⑤ 개천면 좌련지·옥천사 적멸보궁~연화산 청련암

연화산 푸른 숲길 따라걸으며 만나는 암자

  • 기사입력 : 2014-06-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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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 개천면 옥천사 적멸보궁의 극락보궁.
    좌련지
    옥천사 청련암 입구 찰피나무
    옥천사 적멸보궁 3층 석탑
    옥천사 청련암 황소바위
    옥천사 청련암 닥종이 솥



    길을 떠나며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아들과 추억이 있는 낙남정맥 배치고개에 잠시 차를 세우고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이제 낙남정맥의 산길에는 빛바랜 안내 리본만 바람에 날리고 있고 흔적은 점차 지워지고 있었다. 좌연마을 앞에서 연화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담고 있는 고즈넉한 좌련지 방향으로 향했다. 저수지 주변 월곡마을이 행정관청에서 마을로 승격했다는 자축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좌련지 저수지 주변에는 자이, 좌연, 월곡마을이 한 개의 통합 마을이었는데, 월곡리가 독립이 돼 잔치를 열었다 한다. 거창한 시로 승격을 한 것도 아닌데 작은 마을이 행정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남보다 많은 것을 갖고 권력 위에 군림하는 것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여행은 이 땅에서 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알게 한다. 이런 작은 것들이 내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아름다운 행복의 가치이다.


    ◆개천면 좌련지·옥천사 적멸보궁

    고요와 적막을 안고 있는 개천면 좌련지 중간에서 월곡교를 건너 임도를 따라 연화산 방향으로 들어서면 좌련지가 보이는 곳에 전원주택이 두 채 있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된 모습이다. 집이 비어 있는 사연이야 알 수 없지만 인근에는 여전히 전원 주택지를 분양한다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복잡한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름다운 전원주택 생활을 꿈꾼다.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는 생활을 완전히 옮겨오는 전원주택 생활보다 주말주택을 더 선호한다.

    학창시절 보통 한 사람당 적당한 주거면적은 10㎡라고 배웠다. 무작정 허세를 부려 넓은 면적을 마련하다 보면 집이 주인이 되는 경우가 된다. 주말주택은 마당을 텃밭으로 하는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오두막이면 족하다. 대지면적이 23㎡ 되는 작은 오두막 마당에 2㎡의 밭에 무공해 채소를 심어도 나눠 먹을 만큼 넘친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욕심과 탐욕을 버리는 것이 행복을 찾는 방법이다.

    옥천사 적멸보궁으로 가는 산길에서 야생 복숭아 열매를 터는 사람들을 만났다. 아예 나뭇가지를 몸통까지 잘라 도로에서 털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상하지 않게 열매만 따면 내년에 꽃도 피고 열매가 열릴 것인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연화산 자락에 있는 옥천사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노란 금계화를 비롯한 다양한 꽃들이 화려하게 경내를 장식하고 있었다. 고즈넉하고 적막한 요사채 마루에 앉으니 신록이 익어가는 연화산 시루봉이 지척에 있었다. 연화산은 해발 528m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가 부드럽고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여 전국에서 찾아오는 등산객이 많다.

    좌련지가 아득한 산기슭에 자리한 적멸보궁의 진신사리는 옥천사에서 출가한 지성 스님이 주지로 재임하던 2002년 태국 달마 길상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태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2005년 10월, 적멸보궁 준공식 및 사리 봉안식을 가져 극락보궁에 봉안했다.

    현재 주석하고 있는 호암 스님에 따르면 그 후 극락보궁과 삼성각 사이에 있는 삼층석탑에 진신사리를 봉안했다고 했다. 적멸보궁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적멸보궁에는 요사채와 산신각, 지장전 등의 전각이 있다. 요사채 마루에 앉으면 사천왕과 같이 생긴 자연석 바위 4개가 손가락처럼 오목하게 솟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적멸보궁은 산골짜기를 비껴 앉은 아늑한 장소라 옛날 참선하는 스님이 살았던 토굴 터로 보이며 조선시대의 백자편이 채집되기도 했다.



    ◆청련암·찰피나무·보리수동산

    적멸보궁을 나와 연화산 정상과 시루봉을 가르는 고개를 넘으면 연화산1로를 만난다. 1㎞쯤 가면 연화산 이정표가 있는 느재이다. 도로를 벗어나 청련암으로 가는 아늑한 오솔길로 깊숙하게 빠져든다. 숲이 우거진 좁은 길로 접어들면 한눈에 경치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나무와 빼어난 절경이 이어진다. 여기서 1㎞ 정도 걸으면 연화산 청련암이다. 어둠이 서린 울창한 숲이 끝나는 곳에서 밝아지며 암자가 반겨준다.

    몇 년 전 청련암에 들렀을 때는 10여명의 아이들 웃음소리로 암자가 시끌벅적했는데, 식구가 64명으로 늘어나 옛 좌연분교에 청소년 육아원 보리수동산을 세워 이사를 했다고 암자를 지키고 있던 후원보살이 일러주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1㎞쯤 떨어진 보리수동산에 들렀더니 자원봉사를 왔다는 창원소방서 늦깎이 대학생 선영수(54)씨 팀원들과 아이들이 즐거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청련암에는 서봉, 혜우 스님의 방광 전설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종 16년(1879)의 일이다. 서봉, 혜우 스님은 늦게 출가해 참선이나 불경을 마음속으로 읽지 못하게 되자 염불을 하기로 결심하고 매일 일념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암송했다. 세월이 흘러 스님은 앉은 채로 입적했고 다비하는 날 밤에 청련암은 물론 온 산중에 대낮같이 밝은 서기가 뻗쳤다고 한다. 사람들은 비로소 옥천사 다비장에서 뻗어 오른 방광임을 알게 됐고 그 후 옥천사 입구 바위에 서봉인오방광탑(瑞鳳印悟放光塔), 혜우방광탑(惠雨放光塔)의 한자를 새겨 청련암에 주석했던 두 고승을 기리고 있다.

    청련암 입구에는 대나무 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샘물이 길손의 목을 축이게 하고 있었다. 눈을 들면 산비탈에 경남도기념물 제82호 찰피나무가 보호되고 있다. 찰피나무는 염주를 만드는 데 쓰이며, 불교에서는 보리수라 한다. 청련암의 찰피나무는 높이 약 15m, 둘레 2.18m에 수령은 250년 정도였으나 수명을 다했고, 부근에 어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나 관리가 소홀하다. 나무 앞에는 옛날부터 스님들이 앉아서 참선 수도하던 넙적한 돌들이 놓여 있는데, 하도 오랫동안 사용해서 앉았던 자리가 움푹 패어 빗물이 고일 정도였다고 한다. 불가에서는 찰피나무를 보리수라 하고 있으나, 석가모니부처가 진리를 깨우쳤던 동인도 지역의 보리수와는 다른 종류의 나무이다.

    ◆청련암 황소바위. 닥종이 솥

    빛바랜 연화산 청련암 현판이 붙어 있는 옛 고향집 정취가 묻어나는 문턱을 넘으면 오른쪽 바위에 황소바위 안내판이 있다. 이 바위는 황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황소바위라 부르며 오른쪽 윗부분을 두드리면 소 엉덩이를 두드리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어느 때 통행에 지장이 있다 하여 석수를 시켜 목 부분을 잘라내려 하자 바위에서 피가 흘러내렸다고 한다. 그날 밤 스님의 꿈에 황소가 나타나 슬피 울더라고 하여 바위를 그대로 두게 됐는데 손상된 부분에는 피가 흐른 흔적이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황소바위 옆에는 닥종이 솥이 있다. 옥천사는 정조 말기에 ‘어람지(임금이 보는 문서 등에 쓰던 한지) 진상사찰’로 지정돼 철종 14년(1863)에 해제될 때까지 60여 년 동안 닥종이 제조 부역에 시달렸다.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고 나면 닥나무 껍질을 벗겨 끓인 후 이를 찧어 계곡물에 씻어 종이를 뜨는 노역에 시달렸다. 노역에 질린 스님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해 정조 말기에 340명을 헤아리던 스님 숫자가 철종 14년에 해제될 때는 10여명만 남았다 한다.

    옥천계곡에서 자라는 닥나무는 품질이 좋은 데다 색색으로 물을 들여 진상했으므로 조정에서는 옥천사 닥종이를 최고로 쳐줬다. 이때 쓰던 유물로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지금 청련암에 있는 무쇠 솥이다. 닥나무 껍질을 벗겨 이 솥에 넣어 끓이던 유물이다. 당시 부역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역사적 자료이다.

    청련암의 전각들은 근엄하고 육중한 무게감을 주는 엄숙함보다는 산중의 고요한 카페에 온 느낌을 주고 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라고 현판이 붙은 방에는 누구나 쉬어 가며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맛집

    △이황가 식당= 고성군 개천면 연화산1로 594. ☏ 055)673-1405. 010-4155-5525. 연화산 옥천사 입구에 있다. 여주인이 직접 모든 반찬을 조리해 담백하고 깔끔한 상차림을 한다. 식당 후원에는 바위 틈에서 사계절 흘러내리는 지하수가 있어 발을 담그면 여름 더위가 멀어진다. 주인은 무쇠 가마솥에 직접 장작으로 정성 들여 끓였다는 곰탕을 추천했다. 가격 8000원.

    (마산제일고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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