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과학 칼럼/ 나무의 ‘심재’와 우리사회의 어르신

오래된 물관으로 물질 수송 못하지만
비바람에도 고목 버티게 하는 원동력

  • 기사입력 : 2014-06-11 11:00:00
  •   
  • 이 팔 홍 (경남과학고 교사·이학박사)


    하루가 다르게 나뭇가지에서 돋아난 잎들이 많아지면서 온 사방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이맘때면 나무들에서는 겨울 동안 쉬고 있던 세포가 분열을 시작해 길이와 부피가 자라게 된다.

    나무와 풀은 정단분열조직에서의 세포분열 결과 길이 생장이 이뤄진다. 또 나무는 껍질 아래에 있는 관다발형성층에서의 세포 분열 결과 부피 생장이 이뤄지는데 형성층의 안쪽 세포층을 물관부, 바깥쪽 세포층을 체관부라 한다. 물관부를 통해서는 물과 무기염류가, 체관부를 통해서는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합성한 양분의 수송이 이뤄지므로 물관과 체관은 사람의 혈관계에 해당한다. 그런데 물관부는 5월까지 왕성하게 분열하며, 이 시기에 만들어진 세포는 크고, 세포벽이 얇으므로 부드럽고 색깔은 연한데 이를 춘재(春材)라고 하고, 6월엔 잎이 완전히 피고 광합성이 활발할 때면 세포 분열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 때부터 만들어진 세포는 크기가 작고 세포벽이 두꺼우며 단단하고 진한 색을 나타내어 이를 하재(夏材)라고 한다.

    나무는 나이가 들면 오래된 물관부 층은 더 이상 물과 무기질을 운반하지 않는데 이들 층은 줄기와 뿌리의 중심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심재(心材)라고 한다. 물관부 바깥 층에 있는 가장 새롭게 형성된 물관부는 여전히 물관액을 운반하는데 이 부분을 변재(邊材)라고 한다.

    변재의 젊은 물관은 식물의 광합성에 필요한 수액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지만 심재의 오래된 물관은 나무가 부패돼 쓰러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나무에서 살아있는 부위는 껍질 주위의 1㎝ 남짓되는 수피 부분이다. 흔히 속이 모두 썩어버린 고목들이 죽지 않고 살아가면서 봄이면 다시 꽃과 잎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심재가 없어도 살 수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심재가 썩어버린 고목은 비바람과 병해충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물관과 체관으로 분화돼 나무의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관다발형성층은 청소년에, 물과 무기염류 수송의 기능을 하고 있는 변재는 생산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청·장년층에, 그리고 더 이상 물질 수송은 못하지만 나무가 거센 비바람에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심재는 노년층에 비유할 수 있다.

    인생의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지혜를 간직한 어르신이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요즘의 세태를 보면 생산과 문화, 소비 활동 등이 젊은 사람들 위주로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너져가는 사회 규범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심재와 같은 어르신들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본다.

    이팔홍(경남과학고 교사·이학박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윤제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