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 1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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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고가에서 보내는 특별한 밤-한옥체험

자연이 머무는 집에서 예스러운 하룻밤
뭐하꼬- 한옥체험

  • 기사입력 : 2014-06-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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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창 황산마을 원학고가 안채에서 바라본 사랑채 모습. 웅장한 팔작지붕과 큰 대들보가 인상적이다.
    거창 황산마을 원학고가
    사랑채 큰방
    중문채 큰방
    화장실


    자연과 함께 숨쉬며 추억을 나눠봅니다. 오랜만에 옹기종기 모여 마음을 채웁니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 고향 집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아이들은 우리 전통 주거문화를 체험합니다.

    한옥은 오감을 새롭게 일깨웁니다. 나무, 흙, 돌…. 자연의 재료로 지어져 바람과 열이 순환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합니다. 나무, 황토, 한지 등에서 전해져 오는 자연의 향기가 그윽합니다.

    선인들의 휴식은 모든 것을 놓아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려놓음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자연을 담은 집 한옥에서 자연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500년 멋이 깃든 한옥의 정취에 빠져봅니다. 거창 황산마을 원학고가 사랑채.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옵니다.

    긴 대자로 누웠습니다. 서늘한 마룻바닥에서 바람이 숨을 쉽니다. 서까래가 만들어놓은 그늘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합니다. 바람의 숨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 소리만 간간이 들려옵니다. 도심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듯 그냥 이곳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솟을대문을 바라봅니다. 마을을 잇는 야트막한 돌담들이 죽 이어집니다. 대청 뒷면에는 쪽마루를 냈고 분합문과 들어열개문을 달아 문을 모두 들어 열면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차별 없이 자연과 조화를 이룹니다. 앞쪽에는 소담하게 꾸민 정원이, 뒤쪽에는 아담한 텃밭이 있어 더욱 평온합니다.

    원학고가는 주위의 바람, 논과 밭, 풀 그리고 산과 하늘 등 모든 자연요소를 끌어들인 듯 부드럽고 고요하며 티 없이 맑은 순백색의 은근한 멋을 풍깁니다. 주목을 사용해 받친 호피 문양의 대들보는 세월의 더께가 쌓여 담백하고 소박한 가운데에도 기품을 자아내게 합니다.

    사랑채 큰방에 들어가봅니다. 전통 보료가 깔려 있고 꽤 오래된 병풍이 있어 옛 사대부들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가구도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방문을 열면 그림 같은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흥미로운 건 이 방이 ‘드림베이비’라는 겁니다. 덕유산의 정기를 받아 풍수지리학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명당자리로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래서 신혼부부들도 이 방을 찾는다고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저물면 운치는 더합니다. 풀벌레 소리와 달빛에 기대어 차 한잔, 약주 한잔 하다 보면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집니다.

    앞마당에 서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듯 총총한 별들이 자욱합니다. 이부자리를 깔아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습니다. 한지에 어른거리는 달그림자의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황토방 온돌이 숙면을 청하고, 어느새 은은한 햇살을 받으며 개운한 아침을 맞습니다.




    ◆거창 원학고가

    거창 황산마을 중앙에 위치한 원학고가는 500년 동안 이 터에 자리를 지켜왔다. 요수(樂水) 신권(愼權) 선생의 10세손인 신종삼 선생이 1927년 기존의 집을 헐고 다시 건립해 87년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명품고가로, 민속자료 제17호로 지정돼 있다.

    서부경남에서는 규모가 제일 크고, 보존 상태가 좋다는 원학고가는 현재 박정자 종부가 손수 맡아 집을 관리하고 있다. 현대식 세면장을 짓는 등 더욱 깔끔하고 편리하게 집을 정비했다.

    사랑채와 안채는 웅장한 팔작지붕으로 지었고, 특히 100㎡ 정도의 넓은 사랑채는 큰 대들보와 둥근 추춧돌을 사용해 지었다. 또한 궁이나 절에서 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장식물로 꾸며져 있어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박 종부는 “이곳은 풍수 지리학적으로도 보기 드문 명당자리로 앞으로도 400년은 그 기운이 뻗쳐 자손들 모두 평화와 안녕을 누릴 수 있는 터이다”며 “고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품위 있는 공간에서 평온한 시간을 가지면서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거창 황산마을

    거창군 위천면의 수승대 정문을 등지고 조금만 걸어가면 수령 600년 이상의 느티나무가 사람들을 반기는 곳, 황산마을이 나온다.

    황산마을에 들어서면 굽을 길을 따라 끝없이 뻗어 있는 아름다운 흙돌담이 눈에 들어온다. 황산마을의 흙돌담들은 순수하게 흙과 돌로만 축조돼 있다. 이곳은 거창 신씨(居昌 愼氏)의 집성촌으로 주민의 80% 이상이 모두 거창 신씨 종친들이다. 100~200년 전 건립한 한옥 50여 채가 들어서 있다. 1.2㎞ 돌담을 걷다 보면, 거창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으로 탄생한 벽화 골목도 만날 수 있다. 마을 입구 정자나 마을 뒤쪽 언덕에 오르면 한옥마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표선자 관광해설사는 “이곳의 옛 담장들은 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정될 만큼 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간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글= 이종훈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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