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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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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이 있었다- 박은형

  • 기사입력 : 2014-06-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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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의 맞은편 첫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면

    왼발의 그늘 지점에 잎이 머금은 산소면적과

    꽃의 윙크무게를 궁구하던 녹색지대가 있었다



    겨울이면 어깨가 좁아지는 식물들 사이에서

    마음껏 둥글어지는 연탄난로 허리를 목격하던 집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동승할 볕을 기다리다

    마치 청혼의 정류장처럼

    신비하면서도 쉬이 무료해지는 순간들이

    그 집에서 선뜻 꽃이 되는 장면을 보았다



    한때는 모든 꽃집을 두고

    지상의 북극성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것은 단골 점성가인 흰 나비떼의 점괘로 판명되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 덩달아 그 소문에 희망을 올려놓고

    세계의 접경이 죄 꽃집이면 좋겠다 설레발치기도 하였는데



    지금, 눈치챌 수 없게 천천히 당신과 내가

    오래 지녀왔던 사이가 짤막해지고 있는 것일까



    내 아이들 복사뼈처럼, 여름 저녁 박꽃처럼

    선명한 별자리 되어주던 꽃집이

    얼룩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밤사이 사라지고 없다

    ☞ 횡단보도 건너 그녀가 제일 먼저 발견하는 꽃집, 반갑고 설레어하며 지상의 북극성이라 설레발치며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건 아니었어, 아무튼 당신과 오랫동안 지녀왔던 사이가 짤막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하얀 박꽃 같은 꽃집이 사라져버렸어, 얼룩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깜쪽같이, 이를 어째 마치 청혼의 정류장처럼 신비하면서도 쉬이 무료해지는 순간이 추억으로 변하기도 하는 사이, 또는 시인이 편하게 세상의 짝사랑을 읽어주는 짧은 사이, 꽃을 품은 꽃집은 여름밤 하늘 별자리로 자리 잡았나 봐.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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