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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좋은 이웃 만들기- 강현순(수필가)

  • 기사입력 : 2014-06-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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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자수명(山紫水明)이란 말이 있듯이 예부터 산과 강은 서로간에 좋은 이웃이다.

    산만 우두커니 쓸쓸하게 서 있기보다는, 강만 저 혼자서 외로움을 타기보다는 한데 어울려 있음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서로 떠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웃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다면 도시인들의 대부분은 순간 입이 다물어질 것이다. 집집마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어 누가 사는지 몇 식구가 사는지 아는 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간혹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쓰레기 문제로, 주차 시비로 싸울 때 잠시 보게 되는 그 얼굴이 요즘 이웃이라는 데에 기분이 씁쓸해진다. 더군다나 혼자 사는 노인이 죽은 지 며칠이 되어도 이웃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에 찬바람이 휑하니 분다. 핵가족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웃이란 때론 멀리 사는 부모형제보다 더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불이 났을 때 먼 곳에 물이 있다면 불을 쉽게 끄지 못한다. 먼 데 아무리 좋은 친척이 있다고 해도 급할 때는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

    이웃이란 폭풍우 속을 헤쳐가는 한 배에 탄 승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큰 불이 났을 때나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 때 서로 힘을 모아서 어려움에 대처해 나가기도 하고 마을에 축제 같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도 함께 기뻐하는 그런 관계가 바로 이웃이 아니던가.

    그래서 사람은 친구 없이는 살아갈 수 있어도 이웃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옛날, 이웃이라는 말은 고향이라는 말 못지않게 정겨운 말이었다.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제삿날이 언제인지를 다 알 정도였다.

    제사가 끝나면 제삿밥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었기 때문이다. 빈대떡 하나를 부쳐도, 옥수수를 삶아도 이웃과 함께였고 나물을 무치다 참기름이 떨어지면 이웃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잠시 외출할 때면 이웃에 아이를 맡기는 건 예사였고 혼자서 밥을 먹을 때 밥맛이 없으면 이웃을 불러서 같이 먹는가 하면 집에 갑자기 손님이 찾아올 때면 옆집에서 뒷집에서 손님대접하라며 반찬 등 먹을거리를 갖다주기도 하던, 그야말로 안온한 고향의 품 같이 정겨운 사이였다.

    생각해보면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서로 이웃이 된다는 것은 보통 인연은 아닐 것이다. 직장이나 학교 등으로 고향을 떠나 이사를 와서 같이 살고 있는 이상 ‘불편한 이웃’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차라리 ‘좋은 이웃’으로 만들어서 서로 웃는 얼굴로 마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웃집이라는 담벽은 있되 열린공간은 경계선이 없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내가 먼저 우리 집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장만해 온 옆집 앞집 뒷집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식사를 하거나 따뜻한 차 한잔 나누어 마시면 어떨까.

    저출산으로 인하여 열쇠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는 외로운 우리 자녀들에게 이웃언니 오빠 형 누나가 생기게 해주면 어떨까.

    좋은 이웃이 내게 먼저 다가오길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웃끼리 다정하게 정을 나누며 지내다 보면 앞집 옆집 사람들 모두가 산과 강처럼 누가 보아도 보기 좋은 그림이 될 것 같다.

    강현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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