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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41) 지역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로컬푸드'

지역 생산·지역 소비로 친환경 먹거리 자급자족
인간과 환경 (41) 로컬푸드

  • 기사입력 : 2014-06-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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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 종일 내가 먹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자. 그 음식들 중 화학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원재료의 맛과 영양, 형태를 최대한 유지시켜 조리한 메뉴는 얼마나 될까. 그중에서도 각 재료의 원산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먹은 것은 얼마나 될까. 질문을 바꿔 오늘 내가 먹은 음식재료 중 내가 사는 도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생산된 재료가 하나라도 있었을까.

    ◆먹거리 특징= 위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이 맞다. 질문 자체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현대사회의 먹거리 특징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의 특징을 몇 가지 알아보자.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농수산물 대부분이 온실에서 화학비료 등으로 생산되며 소나 돼지, 닭은 동물성 사료와 성장호르몬으로 자란다. △소규모 농업이나 축산업, 수산업이 기업화된다. 이를 국외에까지 확장해 제3세계의 환경과 노동력을 이용해 대농장을 건설하는 선진국들도 늘고 있다. △석유가 없으면 생산되지 못한다. 석유의 가격이 뛰면, 식품의 가격도 함께 뛴다. 석유값 상승에 따라 음식물 가격은 매년 고공행진이다. 이는 후진국 기아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비교적 값이 싼 패스트푸드를 섭취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비만을 불러온다.

    ◆현대 식량체계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이 같은 과정으로 순환하는 식량체계는 지구 온난화, 토질 산성화, 종 다양성 저하를 초래했다.

    지구 온난화의 경우, 선진국의 대자본은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의 맹그로브를 밀어내고 대규모 새우 양식장을 세웠다. 본래 맹그로브는 해일이 밀려올 때 완충작용을 하는 습지였지만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해일 취약지대가 됐다. 지난 2000년 후반, 중국인들의 육류소비가 급격히 늘면서 사료로 쓸 콩이 부족해졌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없애고 대규모 콩밭을 조성, 중국으로 수출했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는 더욱 심해졌다. 실제로 지난 2008년과 2010년 전 세계 음식물 가격이 대폭 인상됐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엘니뇨 현상에 따른 흉작 때문이었다.

    토질 산성화를 보면 농산물의 대량생산 및 집약생산의 숨은 공신은 화학비료다. 그러나 토질이 산성화되고 비옥도가 저하되는 부작용도 함께 선사했다. 수분을 함유해야 하는 표토가 제기능을 잃고 빗물에 쓸려내려가면서 토양이 유실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종 다양성이 낮아지는 것을 보자. 지난 1903년 토마토의 품종은 무려 408종, 상추 497종, 오이 285종, 콩 408종에 달했다. 하지만 불과 80년 뒤인 1983년 토마토는 79종, 상추는 26종, 오이는 16종, 콩은 25종으로 급격히 줄었다. 대량생산을 통해 돈이 될 만한 몇 종류에만 생산을 치중하다 보니 자연히 많은 종이 사라졌다. 이 같은 현상은 비슷한 유전형질을 가진 종들이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된 위험성을 증가시켰다.

    ◆세계에서 지역으로, 로컬푸드= 이 같은 현대 식량체계 순환의 핵심에는 ‘대량생산을 통한 수출입’이라는 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패러다임을 ‘자급자족’으로 바꾸어 ‘지역의 친환경농수산물을 지역민이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로컬푸드’다. 생산자는 적정한 가격의 생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적정한 가격의 안전한 지역산 식재료를 구매한다. 재료가 멀리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신선하고, 직거래라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품질과 가격에 만족할 수 있다. 대량생산이 필요없기 때문에 가족 소농층이 생산 주체가 되고, 그 지역에 맞는 특정 농산물 수요가 생기면서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한다. 비료나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로컬푸드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형태가 바로 ‘농민시장 (farmers market)’과 ‘도시농업’이다. 농민시장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행해지는데, 우리나라 5일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지역 농민과 소비자들이 채소, 과일, 꽃, 모종, 빵, 치즈 등 다양한 생산물을 매개로 만난다. 이는 안전한 먹거리 확보뿐 아니라 지역경제의 활성화, 지역민들간 교류 증가 등의 부차적인 이점도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민들이 집 마당과 근교에 직접 텃밭을 일궈 채소를 재배해 자급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도시농’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는 도시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농업과 비농업, 농촌과 도시를 이분법으로 나누던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도시 안에서 농업이 가지는 새로운 역할에 주목할 수 있게 해준다.(※참고= 김종덕 경남대 교수의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 허남혁 (사)슬로푸드문화원 전문위원의 한살림 경남 강의 ‘식생활과 환경’)

    ◆미셸 오바마의 텃밭= ?지난 4월 2일 미국 백악관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있었다.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와 초등학생들이 함께 ‘백악관 텃밭’에 채소를 심는 이벤트가 열린 것. ‘백악관 텃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채소 부족 해결을 위해 루스벨트 대통령 부인이 처음 조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셸은 이 텃밭을 99㎡(30평) 규모로 키웠고 여기서 생산되는 채소 종류만도 55종에 달한다. 그녀의 텃밭에 집약된 철학이 바로 ‘로컬푸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청정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는 대통령 부인의 모습은 미국인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 미국 전체 가구의 35%인 4200만 가구가 채소를 직접 키워먹는다고 전미원예협회(NGA)는 밝혔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17% 증가한 수치다. 미셸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요리책도 출간했다. 제목은 ‘아메리칸 그로운 (American Grown)-백악관의 부엌 정원이 미국의 가족, 학교, 지역사회에 주는 영감’. 미셸은 이 책을 통해 건강한 식습관과 어린이 비만 퇴치를 위해서 텃밭 가꾸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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