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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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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풍년가의 눈물- 김용대(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4-06-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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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풍년만큼 큰 축복이 어디 있었을까. 하늘의 보살핌에 사람의 노력이 더해져 빚어지는 것이니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과 조상에 제를 올렸다. 올해의 고마움과 내년의 풍요로움에 대한 기원이다.

    그러나 최근 잇단 농작물 풍년소식에 농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 진기한 풍경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민은 이제 흉년에 울고 풍년에도 울어야 된다. 간혹 흉년에 웃는 경우는 있지만 풍년에 웃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시설하우스에서 고추 농사를 한 농민은 이제 한숨과 빚더미만 남아 있다. 전년도의 3분의 1 값도 되지 않는 고추 가격에 빚더미만 늘었다. 한겨울 동안 작물을 키우느라 불을 지폈으나 기름값마저 나오지 않는다. 인건비는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한다.

    이번에는 봄이 가고 여름이 오기 전에 양파값이 바닥이다. 화난 농심은 지난해 겨울부터 가꿔온 양파를 급기야 갈아엎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양파농가는 웃음을 지었다. 수년래에 가장 높은 값을 받았다. 그러나 이도 잠시, 곧 수입중국산이 밀려왔고, 올해는 창고에 쌓인 재고 때문에 가격 형성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싼 가격에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기사가 될 정도다.

    모심기가 한창인데 이번에는 더 큰 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정부가 쌀 수입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거다. 지방선거 때는 표를 의식해 말도 꺼내지 않다가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쌀 관세화를 들고 나왔다. 정부의 말대로, 정부의 뜻대로라면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수입되는 쌀에 400%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재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양만큼만 국내로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관세율이 확정되거나 우리 뜻대로 될 것이란 전망은 그리 높지 않다.

    답답한 것은 농산물 가격이 춤을 추는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의 원인을 단지 농민들이 수급 조절을 하지 못해 빚어진 결과라는 거다. 전년도에 가격이 높아 작물을 많이 심었고, 그래서 가격이 폭락했다는 논리다. 가격이 높을 때는 부리나케 수입을 해 가격을 내리던 정부가 가격이 내리면 수수방관한다. 농업 정책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정부도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정부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있고, 도청에는 농정국이 있다. 시청 군청에도 농사 관련 부서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서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빚 때문에 자살하는 농민이 나오고, 양파를 갈아엎고 적재 투쟁을 벌여도, 내년부터 벼농사를 지어야 될지 말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농민을 위해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렇다 할 농업정책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후보를 별로 보지 못했다. 부자 농촌을 만들겠다는 상투적인 말이 사실상 전부다. 어떻게 만들겠다는 방법론에 대해 말하지는 않는다.

    이는 농업정책이 없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 강산으로 풍년이 왔네/ 지화 좋타 얼씨구나 ~ 명년 춘삼월에 화류 노릴 가자// 풍년가 첫 소절이다. 풍년이 왔으니 내년 꽃피는 춘삼월에 꽃놀이 가잔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없어졌지만, 이 노래를 듣는 농민들은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차라리 흉년가를 부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흉년이 왔네, 지화 좋타 얼씨구나.

    김용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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