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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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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알- 김미숙

  • 기사입력 : 2014-06-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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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알도 벅찼다

    섬마을 초등학교 체육 선생님

    작은 배에 사과 싣고 하나씩 던지면

    고사리손으로 헤엄치며 사과를 줍는다



    운 좋아 두 개를 잡으면

    가라앉아 짠물 먹기 십상

    생명의 한 손은 남겨야 산다는 걸

    가르칠 작정이었을까



    지금도 인생 짠맛에 눈 아릴 때면

    선생님의 사과 한 알을 생각한다

    못 잡으면 굶어죽고

    두 개 잡으면 물에 빠져 죽는다는 것을



    산다는 것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끊임없이 균형 잡는 일이라는 것을

    ☞ 시인은 어릴 적 섬에 살았다. 만나면 아름다운 고향이야기에 신나한다. 다리가 놓여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가 참 수월해졌다며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는 그녀, 요즘은 직접 가꾼 텃밭에서 상추며 얼갈이배추를 이웃에게 나눠주는 즐거움에 빠져있다.

    삶 또한 텃밭 가꾸듯 치우침 없이 균형 잡고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그녀도, 스스로 정산하고 마감할 때마다 산다는 것은 늘 손해 보는 것만 같은 어려운 과제에 빠진다.

    쉽게 욕심을 놓지 못하면 한순간 작은 실수로도 눈 아리고 마음 아려져, 끊임없이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반복의 연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뒷산에서 산딸기 버찌를 따먹었다며 천진하게 웃는 고운 그녀, 어릴 적 자신을 가르친 체육선생님의 크고 단물 많은 사과 한 알 그 말없던 가르침처럼 지금 시인 자신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고맙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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