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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저비용 사회- 임경(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4-06-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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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픔을 이기고 경제학의 도구를 사용하면 안전도 결국 기댓값 문제가 된다. 화재보험에 가입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불이 나면 입을 손실과 불이 날 확률을 계산한다. 만일을 대비해 보험료를 기꺼이 지불할 자세는 갖춰져 있는가? 화재 피해에는 불타버린 재산뿐 아니라 마음의 처참함도 포함돼야 한다. 효용이론은 비대칭적이다. 하나를 얻었을 때 100만큼 기쁨의 효용이 증가한다면 같은 하나를 잃었을 때 200만큼 슬픔이라는 비효용이 찾아온다. 예상확률의 정확성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픔에 대한 가중치가 너무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 왔다.

    2. 대기행렬이론(queueing theory)은 서비스 공급창구의 개수와 고객 방문의 확률분포를 이용해 평균대기시간 관리 등 서비스 공급을 결정한다. 시간은 돈이다. 시스템 운용자는 고객을 얼마나 기다리게 할 것인가? 고객은 얼마나 참을성이 있을까? 설계자는 고객이탈 등 시스템 실패를 걱정하고 고객의 인내심은 비용으로 환산된다. 시간이 원가계산에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으면 다른 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진다.

    3. 우리 사회의 조급증과 졸속행정을 대변하던 ‘빨리! 빨리!’ 구호가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의 역동성(Dynamic Korea)을 상징하는 슬로건이 되어 인터넷의 세계적인 속도를 설명하는 배경이 됐다. ‘잃어버린 20년’을 우리도 겪지 않으려면 현실을 부수는 민첩한 돌파력이 필요하지만, 하나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과정에서 실패한 사업들의 비용도 마침내 성취한 수익에 대응하는 원가에 포함돼야 한다. 새로 세운 집이 또 무너져서 다시 세울 때 두 번의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된다. 행복하지 못한 성장률이다. 장기 안전에 대한 노력은 비용이 아닌 투자로 계산된 후 잠재적인 수익에 대응하는 상각비용의 형태로 지속돼야 한다. 잘못 계산된 비용은 평가를 왜곡하고 뒤따르는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친다.

    4. 반윤리와 탐욕 그리고 잘못된 관행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사회 시스템을 개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그뿐 아니라 우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안전과 필요시간에 대한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려는 몸짓도 필요하다. 동적계획법(dynamic programming)은 단기최적의 합이 장기최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보여준다. 저비용사회를 유지하고 싶은 적들은 언제나 멀리 있지 않다.

    5. 반면 우리 경제의 고비용 생산구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저효율에 따른 고비용은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노력은 적정한 비용을 흔쾌히 부담하는 가운데 새로운 세상을 향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6. 어떤 경제학자가 친구들과 무인도에 표류했을 때 먹을 것이라고는 오직 통조림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깡통따개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제학자가 말했다. “깡통따개가 없어도 통조림을 따는 작업은 간단하다. 지금 여기 깡통따개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따면 된다.” 잘못된 가정 하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비용을 줄여야 할 부문과 늘려야 할 부문에 대한 전제는 적정하게 설정돼 있는가? 이에 대한 점검은 아무리 빨라도 빠르지 않다.

    임 경 한국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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