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539) 당동벌이(黨同伐異)- 같은 사람끼리는 당파를 짓고 다른 사람은 공격한다.

  • 기사입력 : 2014-07-01 11:00:00
  •   
  • 메인이미지


    사람들은 늘 ‘공정(公正)’, ‘공평무사(公平無私)’ 등의 말을 쓰지만 언행은 그렇지 않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당을 만들어 싸우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 치지만 공정해야 할 언론이 겉으로는 공정한 척 포장을 해도 속셈을 갖고 사건을 편파 보도하고 있다.

    정당이나 언론만 그런 것이 아니다. 관료들은 관료들대로,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기업인들은 기업인들대로 당파를 짓는다. 심지어 운동선수들까지도 당파를 짓는다.

    각종 사회단체도 구호는 거창하게 내걸지만, 내면을 보면 대부분 이익집단이거나 파벌집단이다. 꼭 같은 전공의 교수들끼리도 정부가 하는 사업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자신의 이익을 크게 하고 자신의 권력을 크게 하고 자신의 지위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더 큰 당파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작은 당파는 점점 세력을 잃어간다.

    이러다 보면 결국 국가민족은 병들어 멸망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국 후한(後漢)은 4대 화제 (和帝) 때부터 망할 때까지 계속 어린 아이가 황제로 즉위해 외척이 정권을 잡게 된다. 황제 측근에서 시중을 드는 환관들은 황제 주변의 정보를 장악해 외척을 제압하니, 두 파끼리 권력쟁탈전이 벌어졌다.

    10대 황제 환제(桓帝)는 정권을 마음대로 하는 외척 양기(梁冀)를 환관의 힘을 빌려 살해했다. 이를 계기로 환관이 완전히 권력을 잡아 내정에 간섭하고, 자기 파를 지방관으로 보내어 농민들의 토지를 빼앗는 등 횡포를 자행했다. 후대로 가면 갈수록 환관의 횡포가 더 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학자관료들은 환관을 내몰려고 했다. 진번(陳蕃)이나 이응(李膺) 같은 양심적인 학자관료들이 국정을 비판하며 환관세력에 대항했다.

    그러자 관료들 가운데서도 권력을 잡은 환관들에게 붙어 아부하는 관료가 생겨났다. 이응이 환관과 친히 지내던 장성(張成)의 아들을 살인죄로 처형하자, 장성은 환관과 결탁해 이응을 무고(誣告)하자, 환제는 국정을 문란하게 한다는 이유로 이응 등 관료 200여명을 종신 금고형(禁錮刑)에 처했다.

    환제가 죽고 외척 두무(竇武)가 영제(靈帝)를 옹립해 세력을 잡자, 그는 진번, 이응 등을 중임 (重任)하여 환관세력을 제거하려고 했으나, 도리어 역습을 당하여 진번은 살해되고 두무는 자살했다. 이번에는 700여명의 관료들이 금고형에 처해졌다. 결국 후한은 멸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같은 사람끼리는 당파를 짓고 다른 사람은 공격하는(黨同伐異)’ 대표적인 것이 청문회다. 그 밖에 정치평론, 각종 기고, 토론회 등이 ‘당동벌이’ 아닌 경우가 없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조그마한 이익, 권력, 지위 등을 생각할 뿐 공정하게 국가민족을 생각하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오늘날 우리들이 조선시대 선비들이 당파싸움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웃을 수 있겠는가?

    * 黨 : 무리 당. * 同 : 한 가지 동.

    * 伐 : 칠 벌. * 異 : 다를 이.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