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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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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밀도- 김진엽

  • 기사입력 : 2014-07-0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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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쳐다만 봐도

    멍이 들 것만 같은 수밀도 한 봉지 들고

    사무치게 찾아 갈 곳이 있었다



    볕이 잘 드는

    남도 땅 작은 마당

    옷가지보다 생미역이 말라가던 빨랫줄

    반그늘 툇마루에 나앉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수밀도보다 덜척지근한 그대

    아주 멀리 떠나보내고

    까만 비닐봉지 속에서 물크러져가는 복숭아



    쓱쓱 껍질 벗겨 덥석 깨물어본다

    손가락 사이사이 뚝뚝 흐르는 단물

    후루룩 눈물인 듯 삼키며

    혼자 먹는 수밀도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오늘

    ☞ 늘 반듯하고 차분한 행동으로 목소리 높이거나 떠드는 것을 본 적 없는 그녀, 어쩌면 자신의 시 속에 나오는 수밀도보다 더 단물 도는 그녀. 한동안 기운 없어 보이더니 허기지는 오늘을 읽는다.

    무슨 일 생겼나보다 짐작하면서 혼자 시간 추슬러가는 과정만 지켜본다. 쳐다만 봐도 멍이 들 것 같았던 사람, 생미역 말라가는 빨랫줄 반그늘 툇마루에 나앉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 잊고. 후루룩 남몰래 눈물 삼키면서도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까만 비닐봉지 속에서 물크러져가는 주인 잃은 복숭아, 볕 잘 드는 남도 땅 작은 마당에 꺼내 놓고 아무렇지 않게 쓱쓱 껍질 벗겨, 이제는 추억으로 나눠먹길, 늘 그렇듯이 풋풋한 차 향기에 젖어있기를 진심으로 시인을 응원한다.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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