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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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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문학의 향기- 하순희(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07-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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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월이다. 산야에 녹음은 흐드러지고 들판에 곡식들은 땅내음을 맡고 짙푸르다.

    일년의 절반을 넘어선 칠월을 맞으며 심호흡을 새롭게 해본다. 항일 독립운동가요 민족시인인 이육사는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두렴’이라고 노래했다.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들르는 어시장, 첫새벽이나 오후 퇴근길엔 바쁜 음성으로 활기가 가득하다. 어제 퇴근길에 들른 어시장이, 북적대던 삶의 현장이 한산해서 안타까웠다.

    얼마 전 다녀온 통영의 풍경이 머리를 스쳐간다. 평일은 물론이요 주말이나 휴일이면 차 댈 데가 없이 북적이는 통영! 외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주차장은 물론이요 양쪽 길가도 차량으로 줄을 선 통영은 문학과 예술의 향기를 공유하려는 사람들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물론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뒤지지 않는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구안을 따라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보며 장군의 충정을 되새긴다. 길가의 타일 바닥에 새겨진 김상옥,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선생님의 작품을 보며 그분들의 예술혼에 젖어본다. 초정 김상옥 선생의 ‘봉선화’를 외우며, 사시던 거리를 걸으며 그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작품이나 삶이나 흠결 없이 사신 선생님은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작품을 선해 주셔서 뵙게 된 스승이시기에 마음이 더욱 사무친다.

    사모님이 타계하시자 곡기를 끓고 1주일 만에 따라가신 선생님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청마우체국을 지나며 편지를 쓴다. 그리운 이들이여 행복하라고!

    동피랑을 올라 항구를 내려다보고, 옻칠 박물관에 들러 전통 염색과 색채에서 선조의 지혜를 자연스레 배운다. 남망산 공원의 전혁림 선생님의 그림에서 그 강렬한 살아 숨쉬는 원색에 삶의 에너지를 채운다.

    초정 선생님의 시비동산에서 마음이 숙연하다. 선생님은 가시고 시비만 남았구나! 몰려 있는 시비들이 더 넓은 곳에 넉넉히 자리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젖으며 오른 남망산공원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서 다시 옷깃을 여민다.

    박경리 선생님의 묘소를 참배하고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는 나이 듦’에 공감하며 한 사람의 인생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생각한다.

    케이블카에서 확 트인 전망을 바라보면 시원하다.

    중앙시장에 들러 통영 바다의 선물을 가득 담아 돌아오는 길은 행복하다. 볼거리와 맛있는 음식이 있고 살면서 꺼내볼 감동이 있는, 다시 또 찾고 싶은, 살고 싶은 고장으로 마음속에 새겨진 곳이다.

    마산도 통영처럼 세계적으로 이름난 보물을 품고 있는 곳이다.

    국립 3·15민주묘지, 산호동 시의 거리, 어시장, 창동예술촌, 노산 이은상 선생님, 가고파 바다, 조두남 선생님의 음악성, 세계적인 문신미술관, 돝섬, 고운 최치원 선생님의 월영대, 임항선 길을 따라 전국의 탐방객이 줄을 잇고, 문학의 향기와 시심이, 마산의 어시장, 창동의 불종로에 어우러져 서울,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말로 와글와글 북적대는 날이 오면 좋겠다.

    하순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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