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경남신문 희망나눔 프로젝트 (7) 유재석 같은 MC가 꿈인 경모
“몸으로는 남 돕지 못해도 말로 용기·웃음주고 싶어요”뇌병변장애로 걸음걸이 불편해
- 기사입력 : 2014-07-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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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모와 어머니가 경남은행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함양의 한 중학교 특수반에 다니는 경모(14·가명)군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거의 일등으로 등교한다.
등교시간은 오전 8시 20분까지지만 오전 7시면 집을 나서 멀지 않은 학교에 간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경모는 뇌병변장애 3급이다. 기관지가 미처 형성되지 못한 채 태어나 뇌로 산소 공급이 안 돼 왼쪽 뇌에 손상을 입어 두 다리와 오른손이 마비됐다.
7살 때 주위의 도움을 받아 다리수술을 하면서 걸어다니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리를 쭉 펼 수 없어 뒤뚱거리며 걸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혼자서는 쉽게 일어날 수 없고 걷다가 다른 사람과 조금만 부딪쳐도 넘어지고 만다.
툭하면 넘어지고 넘어질 때마다 같은 부위를 계속 다쳐 어머니(41)를 눈물 짓게 하지만, 경모는 “뼈는 부러지지 않았잖아”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놀림 대상이다. 어떤 아이는 걸음걸이를 그대로 흉내내면서 경모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경모는 “내가 힘이 없고 약해 너희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 무시해 버릴 거야”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경모에겐 유재석 같은 MC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신체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지만 말로써는 용기와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유재석 같이 되고픈 것은 술·담배를 안 하고 기부를 많이 하는 반듯한 MC라고 생각해서다.
또 ‘나도 불편하니까 다른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어른이 돼서 돈을 벌면 수익의 10%를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모는 읽고 쓸 수는 있지만 이해력이 떨어져 수없이 반복학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기자가 경모와 어머니를 만난 날 경모는 잔뜩 골이 나 있었다. 학원에 가야 하는데 기자가 약속을 어겨 제 시간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모는 어머니·쌍둥이 형과 함께 월세방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경모가 4살 때 큰 빚을 지고 잠적했다. 신용불량자가 된 어머니는 이듬해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와 이혼했다.
경모를 돌봐야 하는 어머니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약간의 돈을 벌고 있고, 기초생활수급비 39만원과 정모의 장애수당 1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쌍둥이 아들의 장래를 위해 경모 가정으로선 거금인 매달 26만원을 들여 학원에도 보내고 있다.
희망나눔 프로젝트를 신청한 경모의 담임 안병철 교사는 “신체적 장애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태어나면서부터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훌륭한 꿈을 가진 경모에게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아직 관심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해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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