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6일 (수)
전체메뉴

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96) 고성 ⑥ 회화면 녹명·덕암마을숲~구만면 도산서원

마을 어귀에 남은 옛 문화와 역사

  • 기사입력 : 2014-07-09 11:00:00
  •   
  • 메인이미지
    고성군 회화면 덕암마을 숲의 서낭당.
    메인이미지
    녹명마을 숲
    메인이미지
    덕암마을 숲
    메인이미지
    쌍효려
    메인이미지
    소천정
    메인이미지
    도산서원 숭의사


    세월보다 더 빠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보다 더 무서운 것도 없는 것 같다. 길 떠나며 만났던 대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며 어느새 녹색의 들판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혹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세월이나 종교 위에 돈이 존재한다고 한다. 즉 권력과 돈이 종교가 된 세상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복의 가치가 꼭 돈과 권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껴 흐뭇한 상태, 또는 복된 운수’를 말한다. 즉 우리가 삶을 통해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다. 그러다 건강을 해치고 나면 더 불행해질 수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무작정 성적이라는 벼랑으로 내몰다 보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아이들이 아예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부모가 가장 훌륭한 교육자인 이유이다. 욕심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숨을 쉬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것이 곧 가장 큰 행복이다.


    ◆녹명·덕암마을 숲과 서낭당

    국도 14번 고성군 회화면 배둔교차로에서 구만 방향으로 접어들면 흰색, 자주색 도라지 꽃들이 화원을 만들어 반겨준다. 잠시 후 회화면 녹명 마을의 아름다운 느티나무 숲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녹명마을에 산다는 한충걸(59)씨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숲에서 행복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도시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왔다는 한씨는 녹명마을 이름은 마을 지형이 사슴이 우는 형상과 같다는 데서 연유됐고, 마을 뒷산에 벼락바위가 있는데 사슴들이 놀다 벼락에 비명을 지른 곳이라 했다. 녹명마을 숲은 개울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마을사람들뿐만 아니라 길 가던 사람들의 좋은 휴식 장소가 되고 있었다. 나무를 둘러싼 평상에서 느티나무에 등을 기대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들판의 벼를 보고 있노라니 한가로움과 여유가 묻어난다.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곁들인다면 유명 커피점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숲 인근 초입에 2개의 불망비가 있는데 1개는 윗부분이 깨져 배수로에 떨어져 있었다. 불망비는 어떠한 사실을 후세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기록해 세우는 것인데, 부서지지 않은 비석에 새겨진 내용은 어진 성품으로 베풀었다는 뜻이나 한씨는 모두 녹명마을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아직도 이런 것을 가문의 영광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녹명마을 숲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약 300년 전에 심었다는 구만대 표지석이 있는 덕암마을 숲이 또 있다. 1002번 도로를 사이에 두고 승정원일기에 나오는 김정팔과 그의 처 강씨의 효행을 기리는 쌍효려가 덕암마을 숲 건너에 있었다. 덕암마을 숲에는 김창규, 김보용을 기리는 비석 2개와 서낭당 돌무더기 2개가 있는데, 서낭당은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을 모신 곳으로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자로 표기해 성황당이라고도 부른다. 서낭당은 보통 마을 어귀나 고갯마루에 원뿔 모양으로 쌓은 돌무더기와 마을에서 신성시하는 나무 또는 장승 등으로 이뤄져 있다. 덕암마을 서낭당의 유래를 알 수는 없었으나 마을과 함께 생긴 것으로 여겨진다.



    ◆무진농장·소천정

    쌍효각 내부를 보려고 했으나 굳건한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담장 밖에서 보고 구만면으로 발길을 돌리려다 눈에 익은 무진농장 안내판이 보였다. 필자는 마산제일고 학생부장 직무를 맡고 있으면서 외지에서 학교에 진학을 하고 인근 마을 원룸에서 생활하는 학생들 지도에 관심을 뒀다. 한무진(24)군은 현재는 육군장교로 임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8년 전에 마산제일고에 입학을 했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지극한 손자 사랑을 농장 이름에 새겨 놓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자녀를 멀리 있는 학교에 보낸 부모들은 노심초사하는 마음이다. 아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준 인연이 있어 들어가니 어머니 박미숙(48)씨와 아버지, 할머니까지 매우 반갑게 맞이해줬다. 살아가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뒤로하고 소천정을 찾아 구만면으로 향했다. 소천정의 이정표는 없었다. 구만면 소재지에서 ‘교통사고 많은 곳’이라는 표지를 이정표로 삼으면 되는데 ‘교통사고 잦은 곳’으로 바르게 고쳤으면 한다. 효락리 낙동마을 돌담 사이를 따라 구불구불 10여분 걸어가면 구만들판을 적셔주는 낙동 소류지가 있다. 낙동 소류지 옆에 보름정자의 내력을 적은 비석이 있어 잠시 멈췄다. 비석에 새겨진 내용은 낙동 소류지를 막아 가뭄 해갈에는 도움이 됐으나 이때부터 마을에 액운이 돌아 정월 대보름 달집을 지어 정성을 들이니 마을이 평안해졌다고 한다. 낙동 소류지 아래쪽에 소천정이 있었다.

    작은 소천교를 건너면 정자의 솟을대문이 반겨준다. 소천정은 조선 중기 장군인 최강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웠다. 최강은 선조 18년(1585) 무과에 급제한 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형 균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고성, 진해 사이에서 많은 공을 세웠으며 임진왜란 뒤에는 경상도좌수사, 충청도수군절도사를 지냈다. 소천정은 앞면 3칸·옆면 1칸 규모의 건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보면 팔작지붕이다. 근래에 담장 보수를 한 흔적이 있고 관리인이 거주했던 옆의 민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가마솥은 녹슬어 있고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폐허가 되고 만다.



    ◆도산서원·빈블루베리 농원

    도산서원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소천정에서 보면 구만들판 건너 개천면으로 가는 1002번 도로가 지나는 화림리 화촌에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2013년 6월 30일 화촌 청년단에서 세운 화촌 노래비가 눈길을 끌고 무더위를 피해 나와 있던 노인들이 외지인의 방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구만면에 있는 도산서원은 조선 인조 1년(1623)에 왜적을 물리친 최균과 최강 두 형제의 공을 높이 새기고, 이것을 추모하기 위한 서원이다. 지방 유지들이 세운 사액서원으로 고종 7년(1870)에 다시 세웠다. 서원 옆에 관리인이 살고 있어 문도 열려 있고 관리도 잘돼 있었다. 건물의 배치를 살펴보면 맨 뒤에 사당인 숭의사를 두었는데 출입로를 찾지 못했다. 서원의 중심인 강당 왼쪽과 오른쪽에 진수재와 홍학재가 있으며 대문인 양지문이 있다. 강당은 앞면 4칸·옆면 2칸 규모로,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강당 한편에는 중수하는데 협찬한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비석이 있었다. 양지문은 앞면 3칸·옆면 1칸 규모를 가진 솟을대문으로, 가운데 1칸은 출입문으로 사용한다. 대문 왼편에는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의 홍학재를, 오른편에는 앞면 4칸·옆면 2칸 크기를 가진 진수재를 배치하여 서원의 운영을 돕는 역할을 했다.

    도산서원 옆에 있는 빈블루베리 농원 안내판을 보고 들어가 봤다. 노르웨이를 여행하면서 빙하가 녹은 자연의 땅에서 콩알 정도 크기의 까만 열매를 먹어본 기억이 났다. 음악이 흐르는 1만6500㎡의 넓은 산자락을 덮고 있는 까만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블루베리를 따던 안주인 최명숙(55)씨가 맞아줬다. 건강한 블루베리의 생산을 위해 지하 200m의 암반수를 이용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며 노지에서 자연스럽게 기르고 있다고 했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화학비료나 농약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농법으로 나무를 키우고 있다. 검은 블루베리 열매 몇 개를 따서 건네주는 것을 입에 넣으니 신선함과 달콤한 향이 묻어난다. 농촌에서 진정한 우리 먹거리를 생산하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한다. 그래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산제일고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옥수골 메기탕: 대표 구석근(55) 고성군 회화면 삼덕리 302. ☏ 055)673-3439. 메기탕 4인용(大) 4만원. 2인용(小) 2만3000원. 메기탕에 수제비가 들어가 담백한 맛이 있고, 손님을 가족으로 여기고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즉석 돌솥밥을 제공하는데 별미이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