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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말 살고 싶습니다”

  • 기사입력 : 2014-07-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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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입 밖으로 내기 싫은 단어다. 나이에 맞지 않게 감수성이 많아서일까. 어릴적 TV로 보던 이산가족 상봉 이후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처럼 유병언이 잡히지 않아 분노가 치밀고 실종자를 못 찾고 또 하루가 지나면 가슴이 아린다.

    그런 기자가 얼마 전 고성의 한 중소기업 사장과 근로자를 만난 후 많은 고민을 했고 두려운 맘으로 글을 쓴다.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천해지 조선. 고성 향토기업으로 군민의 사랑을 받던 기업이 세월호 참사 이후 순식간에 공분(公憤)의 대상이 됐다. 천해지가 청해진해운 지분의 약 40%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유병언과 관련된 기업이라면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천해지에는 본사 직원 100여명 이외 30개 협력업체에 1000명의 종업원이 더 있다.

    협력업체 직원 80% 이상이 고성과 통영에 집이 있고 나머지도 고성과 창원 등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4인 가족으로 보면 4000명 이상의 생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협력업체 대부분은 천해지 한 곳의 일만 한다. 천해지가 망하면 같이 망한다. 천해지와 협력업체들이 고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세월호 사고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천해지와 청해진이 관련됐다는 것은 이번 사고 이후 알았습니다. 그날 이후 협력업체 직원들은 죄인이 됐습니다. 주식만 가진, 얼굴도 모르는 사주 때문에 우리는 죄인이 됐습니다.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우리도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더위와 추위와 싸우며 일만 했습니다. 노사가 모두 일단 열심히 일만 하자고 말하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법정관리 심의가 진행 중입니다. 기존 사주인 유병언 측과 연결고리를 끊고 제3자가 인수해 투명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이 없어질까 마음 졸이는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의 고통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살고 싶습니다. 좀 살려주세요.”

    자신들의 실상을 알려달라고 통사정하는 협력업체 사장과 근로자들의 눈물. 그 눈물에 용기를 얻어 고성군 동해면 천해지의 아픔을 전한다.

    김 진 현

    사회2부 거제·통영·고성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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