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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고분군,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② 세계문화유산 등재, 어떻게 준비하나

등재신청서 준비과정만 최소 2년… 현지실사도 넘어야 할 관문

  • 기사입력 : 2014-07-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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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5일 함안 말이산 고분군 100호분 101호분 발굴조사 자문회의에서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하승철 선임조사연구원이 발굴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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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자들이 함안 말이산 고분군 100호분에서 출토된 토기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해·함안 가야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인정받아 국제적 차원에서 공동의 협력과 노력을 통해 보호받는다. 더불어 국제적인 문화브랜드이기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도민은 세계문화유산의 보존에 책임을 지는 주체로서 문화적 자긍심을 갖는다.

    경남도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2012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착수해 2년이라는 단기간에 가야고분군을 잠정등재목록에 올렸다. 그러나 빠른 등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단계별로 준비하면서 관리 체계를 잘 만들어 놓아야 등재 이후에도 가야고분군을 주민들과, 세계와 함께 보호해나갈 수 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김해·함안 가야고분군은 고령 지산동 고분군 등 다른 16곳과 함께 지난해 12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대상으로서의 자격은 갖췄다.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유네스코에 매년 문화유산 한 곳의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등재신청서를 쓰는 과정은 최소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는 먼저 ‘세계유산등재 우선추진대상’을 정해 놓는다. 우선추진대상에서 매년 어떤 유산의 등재신청서를 낼 것인지 정한다. 2011년에 남한산성과 백제역사 유적지구, 서·남해안 갯벌을, 2013년에 한국의 서원을 우선추진대상으로 선정했다. 남한산성이 지난 6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올해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해 내년에 등재가 결정되며, 한국의 서원은 2015년에 등재신청 유산으로 정해져 추진이 어느 정도 완료됐다. 따라서 올해 말이나 내년에 우선추진대상을 다시 선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등재신청 대상으로 결정되면 문화재청 감수를 통해 유네스코에 제출하게 된다.(※세계문화유산 등재 절차 표 참조)

    ◆김해·가야고분군의 등재 준비

    경남도는 2012년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에 ‘가야유적·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추진 학술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등재 추진을 시작했다. 가야유적과 가야고분군이 어떤 측면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등재 추진 로드맵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2013년에는 가야고분군으로 범위를 좁혀 등재에 필요한 기초연구들을 해 나갔다. 이 연구결과로 나온 등재 추진 로드맵에는 등재까지 할 일들이 나와 있다. 내용별로 학술적 준비, 보존·관리 계획, 문화유산 홍보, 등재신청서 작성 등의 실무로 나눌 수 있다. 성공적인 등재를 위해서는 각 분야별로 업무를 면밀히 나눠 추진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지난 3월 13일 이성용 도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상남도 세계유산 보존·관리 및 등재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등재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그동안 경상남도 문화재보호조례 제53조에만 의존해 업무를 진행했는데 세계유산 조례가 통과되면서 보다 확실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행정업무를 하게 됐다. 조례는 유산의 보호 관리를 지원하는 경상남도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등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세계유산추진단, 둘 이상의 시·도에 걸친 세계유산 및 잠정목록 유산의 보존·관리를 위한 공동세계유산추진단 등의 설치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도지사가 필요한 예산을 시·군에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어 예산을 지원받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술적 준비

    학술적 준비는 가야고분군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유적의 현황, 관련 문헌기록 조사, 유적 발굴현황 조사 등을 포함한다.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그리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등재신청서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등재신청서에는 국내외 유사유산 비교연구도 담긴다. 등재하려는 유산과 유사유산과의 뚜렷한 차별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해 보존 가치를 알리는 일이다.

    가야고분군을 세계 학계에 알리고,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한 국내·국제 학술대회도 필요하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8번에 걸쳐 학술대회·학술조사를 열었으며, 오는 23일에는 가야문화권지역발전시장군수협의회와 경북대학교, 함안군이 함께 가야문화권 실체규명을 위한 학술연구 강연회도 열 예정이다.

    ▲보존·관리 방안 계획 수립

    유산은 한 번 파괴되면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보존·관리 방안은 최근 심사에서 더욱 눈여겨보는 항목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세계유산 운영지침 제97항에서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모든 유산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장기적인 법률, 규제, 제도 및 전통적 보호와 관리를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유산 주변에 보호지역·완충지역 설정도 요구한다. 따라서 어떤 법률과 계약으로 유산이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보존관리 현황보고서를 통해 설명해야 하고, 등재 대상 유적의 복원·정비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김해·함안 가야고분군은 국가사적으로 지정돼 있지만 도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도심 팽창이나 산업단지 조성 등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2014년 보존·관리 계획수립을 위한 기초 연구’ 용역을 이코모스한국위원회에 맡겼다.

    ▲문화유산교육·홍보

    세계유산위원회는 지속가능한 모니터링 체계, 유산의 가치를 보호하는 데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지, 구체적인 활동을 본다. 이 활동은 크게는 보존·관리 방안 계획 안에 들어가지만, 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에도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산을 보호하고 관광자산으로 가꿔야 하기 때문에 따로 떼내어 볼 수 있다. 가야유적 홍보자료, 유적 소개 가이드북 제작(국문·영문·일문·중문), 가야문화 관련 전시사업, 도민 가야사 교육사업·현장답사 등이 이 활동에 속한다.

    홍보에는 지자체와 박물관이 큰 역할을 한다. 대성동고분군 박물관은 사회교육 강연으로 세계문화유산 강좌를 운영했으며, 체험·교육프로그램으로 가야사와 고분군을 알리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는 ‘가야학 아카데미’와, ‘가야어린이박물관학교’를 운영해 가야사와 가야고분군을 알리고 있다. 함안박물관은 ‘박물관 대학’과 ‘세계유산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함안군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굴조사 체험·고분군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응을 받고 있다.

    ▲등재신청서 작성·실사대비

    자료가 모두 준비되고 나면 이코모스한국위원회, 문화재청, 학계의 도움을 받아 등재신청서를 적는 실무가 남는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뜻을 담아내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여기에 넣을 가야 유적과 출토 주요유물의 사진, 유적 원경, 항공사진, 주제별·계절별 사진 등을 촬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영현 원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사진부터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등재 신청서를 작성해 번역하는 일, 이코모스 위원들의 실사를 대비하는 일도 넘어야 할 큰 관문이다.

    ◆고령 지산동 가야고분군과의 연계

    세계유산사업이 지자체별로 추진이 시작되다 보니 김해·함안 가야고분군과 고령 지산동 가야고분군이 따로 잠정등재목록에 올랐지만, 최종 등재는 연계해 함께 가야고분군으로 등재되는 것이 옳다는 데엔 당국과 학계 모두 이견이 없다. 따라서 경남도와 경북도는 오는 8월께 세계유산관련 업무협의를 열어 등재 공동추진을 논의할 계획이다.

    도 문화예술과 세계문화유산 담당 황은실 학예연구사는 “세 지역(공주·부여·익산)이 연계해 올해 등재신청서를 제출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의 궤적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며 “두 지자체가 만나 공동추진단이 구성되기 전까지는 각자 추진을 하더라도 기준과 내용이 제각각 달라져 자칫 엇나갈 수 있기 때문에 협의를 거쳐 조직적인 추진단이 구성돼야 본격적인 등재 업무를 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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