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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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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 김경

  • 기사입력 : 2014-07-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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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미워해 본 사람은 안다

    미움이란 얼마나 가누기 힘든 맨몸의 부대낌인가를

    미움이 내안의 가시로 돋을 때

    혼자 된 나는

    밤의 강물처럼 적막하다

    목숨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얼룩을 가진다

    어디에 밀어버릴 수도 없어

    끌고 다녀야하는 저온의 상처

    세상을 뒤집어 살아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 버리고 간 꿈에도

    등 기대 꿈꿀 게 남아있다는 것을

    얼룩을 가졌던 사람은

    얼룩을 가진 사람은

    미움의 뼈대를 섣불리 세우지 않는다.



    ☞ 그녀는 밤의 강물처럼 적막한 길을 돌아서 왔다. 혼자서 저온의 상처를 가슴에 숨기고 걸을 때, 멀리서 아직도 남은 꿈을 들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그리웠다. 얼룩의 그림자는 너무 크다. 누군가 버리고 간 그림자에서도 얼룩은 자랐다. 그녀가 조금씩 지쳐서 세상을 뒤집고 밀고 끌고 다니는 동안에도 얼룩은 자꾸만 자랐다. 남겨진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 이미 다 커버린 얼룩에게 이제 무슨 말을 나눌까, 또 어떻게 힘겨운 마음에서 모두 지워버릴 수 있을까, 그녀 몸 안에서 가시가 돼 엿보는 미움의 뼈대를 한 방에 무너뜨리고, 맨몸의 부대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때, 그녀가 자신의 얼룩에게 당당한 얼굴을 진심으로 내밀어줄 때, 시인은 비로소 쓸모없는 얼룩으로도 멋진 그림을 다시 완성해 세상에 보일 것이다.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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