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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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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레시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모디슈머’

원래 대로? 내맘 대로!

  • 기사입력 : 2014-07-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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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초 배우 하정우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서 김을 한 움큼 집어 복스럽게 먹는 것이 현재 ‘먹방 열풍’의 시초였다. 이후 오락·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먹방(먹는 방송)’은 단골소재가 될 만큼 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들의 복스러운 시식 모습을 보는 것에 만족하던 소비자들은 이제 이들이 먹는 음식의 레시피(요리법)에 주목하고 있다. 먹방 열풍이 또 하나의 열풍 ‘모디슈머 열풍’을 만들어낸 것이다.

    제품의 조리법을 기존 명시된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재창조해내는 소비자를 일컫는 모디슈머 열풍 속을 들여다보자.



    ▲유통가를 사로잡은 모디슈머 열풍은

    지난해부터 이미 유통업계에서 모디슈머의 영향은 컸다. 모디슈머의 뜻은 몰라도 ‘골빔면’, ‘짜파구리’, ‘오빠게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대표적인 모디슈머의 창조물이다.

    모디슈머란 modify(수정하다, 바꾸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가 개발한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소비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소비자들의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졌고 제품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의견을 과감없이 표출하고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아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한다.

    이렇게 모디슈머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짜파구리 등 라면류를 시작으로 이제는 주먹밥과 음료, 화장품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먹방이 이 같은 열풍을 만들었듯이 모디슈머 열풍 또한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유통업계의 평가다. 바로 모디슈머와 같이 자신이 창조한 조리법을 남들과 공유하는 ‘쉐어슈머’의 탄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조리법을 공유하는 ‘쉐어슈머(share+consumer)’가 늘어남으로써 간편식을 활용한 모디슈머 레시피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음식을 넘어 화장품도 내맘대로 레시피

    모디슈머 열풍의 시작이 일반 소비자들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짜파구리’가 그 시작이었다. 맛있게 먹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며 이 조리법은 큰 인기를 끌었다.

    ‘나만의 레시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연예인들의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것에 그쳤던 먹방도 바뀌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은 매주 다른 게스트가 나와 자신의 추억이 깃들거나 직접 창조한 야식의 레시피를 소개한 뒤 만들어서 나눠먹는 것을 한 코너로 정규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한 라면회사 홈페이지에는 라면을 이용한 수십 가지의 색다른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해당 라면을 이용한 인기 있는 조리법을 게재해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간편식에도 조리법 창조 바람이 불고 있다. 시중에 파는 만두를 쪄서 즉석밥에 간장을 넣고 비벼주기만 하면 그럴싸한 만두밥이 완성된다. 간장 대신 즉석 짜장 소스와 김치를 넣으면 짜장볶음밥, 김치비빔밥으로 응용도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즉석 계란찜에 밥에 넣고 간장과 참기름을 첨가해 비비는 계란찜 비빔밥도 있다.

    라면류를 시작으로 식품소비의 트렌드로 떠오른 모디슈머 열풍은 화장품 업계에도 불고 있다. 자신의 피부 특성에 맞게 만들어 소비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예전부터 화장품 믹싱(mixing)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기성품을 자신에 맞게 섞어 쓰는 것이 더이상 ‘독특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립글로스와 아이섀도를 혼합해 촉촉한 눈화장을 만들고,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섞어 볼터치로 활용하는 등 나만의 화장품 제조법이 실려 있다. 이 외에도 엄마의 갈색립스틱에 자신의 파운데이션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작고 입체적인 얼굴을 위해 음영효과를 낸 경험담도 적혀 있다.



    ▲모디슈머 대상 마케팅 활발

    모디슈머의 등장 이후 새로운 레시피에 대한 수요가 수직 상승하면서 유통업계의 마케팅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모디슈머 열풍의 원조인 ‘짜파구리’에 들어가는 짜파게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레시피가 공개된 직후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2월 짜파구리 레시피가 소개되자 1개월간 짜장 라면 매출이 89% 늘었고, 너구리도 65.2%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5월 전파를 탄 ‘골빔면’의 주재료인 골뱅이 통조림과 비빔면은 1개월간 매출이 이전보다 각각 87.2%, 49.5% 증가했다.

    이에 대형마트 매장 진열대가 바뀌고 있다. 짜파게티 바로 옆에는 너구리와 오징어짬뽕을, 비빔면 옆에는 골뱅이와 참치 통조림을 진열해 함께 구매할 경우 할인을 해주는 등 단발적 마케팅도 시도하고 있다. 신상품을 소개하는 시식코너에도 기존의 단일상품보다는 인기 모디슈머 레시피를 직접 조리해 소비자를 잡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방송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레시피가 소개되면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에 꼼꼼히 챙겨봤다가 진열방식을 바꾸는 등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뱅이비빔면, 콜라찜닭 등 모디슈머의 레시피로 만든 제3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준비하는 식품 제조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신제품 개발에 도움을 얻기 위해 모디슈머들의 레시피를 공모하는 공모전도 활발하다.

    일부 화장품 회사에서도 이들 모디슈머를 위한 DIY용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어퓨’는 최근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대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제조할 수 있도록 쿠션형 파운데이션 케이스를 출시했다. 본인 피부와 취향에 맞게 파운데이션, 에센스, 선밀크 등을 섞어 원하는 타입의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케이스에 넣을 수 있는 용량의 샘플도 함께 판매되고 있다.

    ‘이니스프리’에서 판매하는 체험용 제품, 일명 ‘7days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는 피부에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여행 등 단기 사용분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지만 기존 쿠션 파운데이션에 이를 넣어 제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는 창조적 소비자로 이름 붙여진 이들의 움직임이 앞으로도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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