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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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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고분군,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③ 일본의 등재 정책과 계획 : 모즈-후루이치 고분군

교육·연구·홍보까지 3개 市 머리 맞대 ‘따로 또 같이’

  • 기사입력 : 2014-07-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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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시청 21층에 있는 전망대에서 사카이시 해설자원봉사자회 회원인 야마다씨가 모즈 고분군을 가리키며 견학 온 초등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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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즈 고분군 안내도를 살펴보고 있는 초등학생들.


    “저게 무덤이라고요?”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시청 21층. 이 한 층은 통째로 시민에 개방된 전망대다.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몰려와 통유리로 된 창가에 딱 붙어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밖을 내다본다. 닌토쿠천황릉을 비롯한 여러 고분이 저 멀리 보인다. 전방후원분인 닌토쿠천황릉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고분 47개가 모여 있는 곳, 바로 모즈 고분군이다. 모즈 고분군에서 동쪽으로 10㎞ 정도 가면 후루이치 고분군이 있다. 모즈·후루이치 고분군은 가야고분군과 마찬가지로 세계문화유산 잠정등재목록에 올라 있다. 가야고분군과는 ‘겹치는 시기가 있고’,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으며’, ‘세계문화유산 잠정등재목록에 올라 있는’, ‘고분군’이라는 네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지난 2010년에 잠정등재목록에 올라 있는 이곳은 등재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주민과 함께하는 세계유산

    저 멀리 산처럼 보이는 것이 무덤이라고 하자,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이다. 옆에서 누군가 자리를 조금씩 옮겨가며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표정으로 역사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주인공은 민간비영리단체(NPO) 사카이시 해설자원봉사자회 회원 야마다(74)씨다. 활동한 지 3년째인 그는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답해주며 모즈 고분군과 사카이시에 대해 알려준다. 야마다씨는 “사카이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고향에 대해 더 공부하고, 소개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며 “멀리서 오신 분들이 고분군에 관심을 보이고 감동받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카이시에는 200여명의 해설자원봉사자가 있어 주요 관광지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단체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 해설 교육과 실습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봉사자들에 해설 자료도 제공한다.

    사카이시 추진실 주간 소고씨는 “단체여행객이 사전에 신청하면 교통·식사비만 받고 하루종일 함께 다니면서 해설을 해주기도 한다”며 “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봉사회에 들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준비과정에서 이미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주민들에 주는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민과 세계유산을 가깝게 한다. 후지이데라시는 2011년부터 교육위원회와 협의해 초등학교 6학년생 교과과정에 세계문화유산 수업시간을 편성했다. 등재만을 위한 반짝 교육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지역문화재에 대해 이해하고, 자긍심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연간 4시간을 진행하는 이 수업은 후지이데라시 세계유산 담당공무원 야마다씨가 직접 나가 1시간 세계유산의 등재에 대해 강의한다. 그는 “사회과 선생님들, 교육위원회가 힘을 합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컬러판 교과서도 따로 제작했다”며 “4시간 수업을 모두 마치면 학생들은 주요 고분군과 박물관을 찾는 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조직적인 추진본부회의

    모즈·후루이치 고분군은 공동 등재를 결정할 때부터 고분군이 있는 3개 시(사카이·하비키노·후지이데라)가 힘을 합쳤다. 원래 모즈 고분군이 있는 사카이시가 단독으로 추진을 생각했으나,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후루이치 고분군도 같이 등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뜻이 전해지면서 시들의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3개 시가 속한 오사카부가 가운데서 조정자 역할을 하며 2008년 협의기구와 전문가기구를, 2009년 8월에는 모즈·후루이치 고분군 등재 추진 부·시 합동회의를 설치했다. 2010년 11월 세계문화유산 잠정등재목록에 오르고 나서인 2011년 5월에는 본격적인 등재추진을 위해 ‘모즈·후루이치고분군 세계문화유산등록추진본부회의(이하 추진회)’를 꾸렸다. 본부는 유식자회의의 조언과 추진민간회의의 협조를 바탕으로 전체 추진방향, 방침을 정하는 역할을 하며 간사회는 각 시의 첨예한 입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민간회의는 세계유산이 된 이후 유산의 활용과 보존, 지역발전과의 연결을 고민함으로써 미래를 고민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상공회의소와 철도, 관광 관련 공사와 기업들까지 속해 있다.

    △충분한 인력= 추진회는 산재해 있던 각종 협의체를 하나로 묶으면서, 민간단체·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행정적으로도 추진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성했다.(그래픽 참조)

    추진회의 본부가 있는 오사카부청에는 오사카부 문화재부 직원과, 모즈 고분군이 있는 사카이시에서 파견을 나와 9명이 근무한다. 3개 시에는 각각 세계문화유산추진실을 둔다. 오로지 모즈·후루이치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업무만을 하는 부서로 사카이시 8명, 하비키노시 3명, 후지이데라시 2명이 일해 행정적 지원인력이 충분하다. 여기에 워킹그룹에 속한 타부서 직원들까지 합하면 50여명이 모즈·후루이치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업무에 힘을 쏟고 있다.

    △원활한 소통= 추진회의 가장 아래 실무자그룹을 일컫는 3종류의 ‘워킹그룹(WG:WORKING GROUP)’은 추진실 사람들을 포함해 관광과, 도시계획과, 문화재과 등 각 시청의 다른 부서 사람들도 포함하고 있다. 업무를 확실히 나누는 동시에 타 부서와도 원활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분명히 해놓은 것이다. 오사카부 추진회 본부 과장보좌 후쿠다 히데토씨는 “세계유산 업무는 보존부터 도시 경관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일이기 때문에 여러 부서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워킹그룹을 짜놓았다”며 “워킹그룹끼리는 작은 사안에 대해서도 자주 모여 논의한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의 홍보와 관광자원화

    모즈·후루이치 고분군은 추진회가 로고 개발, 홈페이지 관리, 슬로건 설정, 다국어 홍보 애니메이션 제작 등 일본 전역,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를 맡았다. 이들은 추진회가 구성된 지 4개월 만에 로고를 공모해 47개의 후보작 가운데 전방후원분을 형상화한 심벌과 로고를 선택해 일관성 있는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손바닥만하지만 펼치면 역사 투어 코스와 각 고분군에 대해 설명한 ‘걷기지도’를 만들어 관광객들이 고분군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후에는 코스별 간판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모즈·후루이치 고분군 사진 콘테스트를 열어 고분군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고분군을 찍은 좋은 사진과, 얽힌 주민의 이야기를 확보했다.

    3개 시의 추진실은 각 지역에 알맞은 방법으로 유산과 등재 추진을 알린다. 사카이시는 지난 6월 7·8일에 열린 걷기 대회에 고분군지역 4㎞를 걷는 ‘세계유산등재 응원 코스’를 개발해 넣었다. 사카이시 추진실 주간 우에다씨는 “세계유산 설명을 곁들여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후 이 코스는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카이시 박물관은 지난 3월 모즈후루이치고분군 시어터를 개관했다. 하루에 14차례 12분짜리 모즈·후루이치 고분영상을 틀어주는데, 마치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고분군을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고분군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를 포함한 4개 국어 자막이 나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후지이데라시는 오사카예술대학 환경디자인 학생들과 함께 ‘등재 이후 경관 보존에 관한 프로젝트’를 열어 경관 개선 방법을 연구했다. 이후 학생들이 직접 모형을 만들어 NHK사 로비에 전시하며 시민들에 알리기도 했다. 세계유산 담당 야마다씨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이 마을을 세계문화유산과 어울리게 만들 것인가를 직접 고민하면서 전공도 익히는 시간이었다”며 “실제로 쓰일 수도 있고, 만약 쓰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좋은 자료로 참고될 것이다”고 말했다.



    tip. 모즈-후루이치 고분군
    모즈-후루이치 고분군은 모즈 고분군과 후루이치 고분군을 합친 말로, 4세기부터 약 400년간 고분을 활발히 만든 일본 ??고분시대?? 때 만들어진 고분군이다. 모즈 고분군은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있다. 분구 길이가 486m, 3중 해자로 둘러싸여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무덤으로 꼽히는 닌토쿠천황릉이 있다. 후루이치 고분은 하비키노시, 후지데라시에 걸쳐 있으며 오진천황릉을 포함해 분구 길이 200m를 넘는 거대한 전방후원분 7기와 주변에 수십 기의 다양한 크기의 고분이 있다. 두 곳 다 동서·남북으로 약 4km 지점 이내에 고분이 모여 있다. 이 고분들에서는 가야에서 넘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철제마구와 무기 등이 출토돼 가야와 교류했음을 알 수 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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