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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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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화중군자(花中君子)- 꽃 중의 군자, 연꽃

  • 기사입력 : 2014-07-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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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쯤 연못이나 늪에 가면 연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방패처럼 생긴 푸른 큰 잎 위로 꽃대가 나와 피어난 연꽃은 산뜻하기 그지없다.

    그 선명한 분홍색은 마치 혈색 좋은 젊은 여인의 뺨 같다. 요즈음은 종자를 개량하여 분홍색과 흰색외에 붉은 색이나 노랑색의 연꽃도 있지만, 주를 이루는 것은 분홍색 연꽃이다.

    우리나라에는 원래 아홉 종류의 연꽃이 있었으나, 지금은 외래종이 들어오고 또 교배를 하여 300종까지 늘었다고 한다.

    연꽃을 나타내는 한자도 많은데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는 연꽃 ‘련(蓮)’자다. 이 밖에도 ‘하(荷)’, ‘우(藕)’, ‘부용(芙蓉)’ 등이 있다. ‘련’은 본래 ‘연 뿌리’를 가리키는데, 연꽃의 뿌리가 이어져[連] 있기 때문에 이런 글자가 생겼다. ‘하’는 주로 ‘연잎’, ‘우’는 주로 ‘뿌리’, ‘부용’은 ‘연꽃’을 가리킨다.

    연의 꽃이나 잎, 줄기 등은 식용이나 약용에 두루 쓰여 어느 부분도 버릴 것이 없다. 연밥대는 윗부분을 잘라버리면 스폰지처럼 되는데, 벼루를 씻는 데 쓰면 더없이 좋다고 한다. 연뿌리는 식용으로도 쓰이고 강장제, 혈압강하제, 변비 치료제로 쓰인다.

    불교에서는 석가가 태어날 때 연잎 위에서 태어났다 하여 부처가 앉아 있는 좌대를 연꽃으로 둘렀다. 또 석가가 도를 깨쳤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연꽃 한 송이를 따 들고 있었는데, 그 의미를 제자 가섭(迦葉)만이 알았다 한다. 그래서 염화시중(拈華示衆)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또 더러운 물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깨끗하게 피어나는 점에서, 어떤 환경에서도 도(道)를 이루는 사람을 칭송하는 데도 많이 인용한다.

    생명력도 아주 강하다. 중국에서는 1000년 전에 발견된 연밥이 발아에 성공해 꽃을 피웠고, 함안에서는 2010년 700년 전의 연밥이 발아에 성공해 꽃을 피워 ‘아라연’이라고 이름지었다. 지금 한창 번식을 해 나가고 있다.

    송나라 때 성리학자 염계(濂溪) 주돈이가 ‘애련설(愛蓮說: 연꽃을 사랑하는 글)’을 지었는데, 그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연의 이런 점을 사랑하노라. 연이 진뻘에서 자라났으면서도 더럽혀지지 않았고, 맑은 물결에 씻었으면서도 요염하지 않았고, 가운데는 비었고, 바깥은 곧고, 덩굴도 지지 않고 가지도 뻗지 않았다. 향기는 멀리 가면서도 더욱 맑고, 우뚝하게 깔끔히 섰다. 멀리서 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 더럽히거나 장난질할 수 없다. 국화는 꽃 가운데 숨어 지내는 것이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것이고,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다운 것이다.”[予獨愛蓮之 出於泥而不染, 濯淸漣而不妖,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玩焉.]

    옛날 사람들은 꽃에 인격을 부여하거나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연꽃이 학문과 덕행을 갖추고서 지조를 지키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군자를 닮았다 해서 염계가 연꽃을 꽃 가운데 군자라고 한 것이다. *花 : 꽃 화. *中 : 가운데 중. *君 : 임금 군. *子 : 아들 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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